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1년 전보다 1.4% 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에 내년에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강세가 예상되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관련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한국 수출은 1년 전보다 1.4% 증가한 563억5000만 달러(약 78조7000억 원)로 집계됐다. 역대 11월 최대 실적이자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56억1000만 달러 흑자였다.
특히 ‘효자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25억 달러(30.8%)로 11월 중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는 1년 전 대비 13.6% 줄어든 56억 달러 수출에 그쳤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의 파업과 임금 및 단체협상 지연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줄었고 지난달 말 기상 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마저 늦어진 탓이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11월 수출이 기저효과 소멸과 자동차 업계 파업 및 기상악화에 따른 선적 차질 등 요인에도 1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연말까지 수출 우상향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은 전년 대비 8.3% 증가한 6222억 달러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8.4% 증가한 68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가 내세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에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기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IT(정보통신) 기기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긴 700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 초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대 20%의 ‘보편 관세’ 등을 통한 무역수지 균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점은 변수다. 지난해 우리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정부는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와 가스 중 각각 13.5%와 11.6%를 미국에서 수입한 바 있다.
최근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미국 수입 확대 필요성이 있다”라며 “가격 측면에서 중동 에너지 자원보다 (미국산이) 훨씬 더 유리해 공사나 민간에서 충분히 (수입을) 확대할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의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가스공사의 카타르와 오만산 LNG의 장기 계약이 올해 종료되는 만큼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여지가 있다”며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일 수 있고, 지정학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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