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對中규제에 한국産 수요 늘 가능성… 美 방산 수요, 조선업에는 큰 기회
트럼프도 물가-재정적자 관리 필요… 보편관세 내후년에나 추진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감세나 규제 완화에 먼저 힘을 쏟고 물가 흐름을 살펴보면서 내후년쯤 보편관세 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재집권이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한국 주요 산업에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기회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세종에서 만난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57)은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경제의 불안을 키우고 있으나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내고 지난해 7월 취임한 이 원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국제 경제·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 원장은 “로널드 레이건처럼 공화당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으려 한다는 관점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세 등으로 레이건 2기의 경제정책 기조와 유사한 방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본인의 임기를 마친 뒤에도 공화당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도록 경제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도 물가와 재정 적자라는 두 가지 지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며 “보편관세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적절한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이민과 마약 문제를 이유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트럼프 특유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대미 무역수지 문제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가장 먼저 언급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중국, 베트남 등이 한국보다 더 많은 무역 적자를 미국에 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기회 요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고성능 반도체로 이행되는 상황인데,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면서 한국산 범용 반도체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면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높은 대미 수출액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중국산 전기차의 진입을 막아둔 미국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또 조선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방산 수요 등을 큰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이 원장은 “대선 전 미국을 찾을 때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조선 분야의 한미 협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인사 중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 실제 역할에 따라 정책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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