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주요 시중은행에 1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5대(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시중은행에 순유입된 자금은 954억 원이었다.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권으로 전출된 자금은 4750억 원이었고, 5704억 원어치는 은행권이 다른 금융회사에서 신규로 유치했다. 실물이전 초기 시중은행들이 예상보다 유치전에 선방한 것이다.
근로자가 속한 회사에서 직원들의 퇴직금을 운용, 관리하는 확정급여(DB)형은 5대 은행에 1464억 원 순유입됐다. 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 방법을 정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각각 106억 원, 404억 원씩 순유출됐다.
한편 5대 은행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180조8028억 원으로 10월 말 대비 1조6951억 원 증가했다. 적립금의 증가, 감소는 실물이전 외에도 신규 가입, 퇴직금 지급, 추가 납입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매년 4분기(10∼12월)는 연간 퇴직연금 적립액 중 70% 이상이 유입되는 시기”라며 “안정적인 운용을 중시하는 중장년 고객층은 은행권으로, 투자 성향이 공격적인 30∼40대는 증권사로 각각 갈아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에 보유한 연금 상품을 별도의 해지 절차 없이 타사로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한 제도로 10월 31일 시행됐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했어야 했는데 이 같은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행 첫 달까지의 흐름만 보면 당장 ‘머니무브’가 일어났다고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연금 가입자들이 해당 제도를 인지하고 투자 성향에 맞춰 적극적으로 갈아타기까진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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