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불황 터널’… 자회사 팔고 부실사업 정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일 03시 00분


빅5 수주잔액 작년보다 4% 감소
불황 길어지며 내실다지기 주력
“내년까지 건설경기 부진 불가피”
부동산 매각 등 현금 확보 나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616채 규모 서울 강서구 등촌동 청년안심주택 시공권을 포기했다. 3.3㎡당 공사비가 약 750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 등이 올랐는데 책정된 공사비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그 대신 해당 리츠 사업에 대한 주주로서 지분만 유지해 임대수익에 대한 배당만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건설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며 주요 건설사들이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업황이 아직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매출보다 수익성 우선해 체질 개선

2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시공 순위 상위 5개 건설사의 3분기(7∼9월) 분기보고서(연결 기준)에 따르면 9월 말 수주 잔액은 총 240조8335억 원이다. 1년 전보다 10조4638억 원(4.2%) 감소했다. 수주 잔액은 준공이 완료되지 않은 사업장에서의 수주액으로 통상 기업의 미래 매출로 인식된다. 수주 잔액이 감소한 것은 건설 경기 불황으로 발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건설사들이 옥석 가리기 수주에 나서고 부실 사업장을 스스로 정리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E&A는 지난달 28일 2020년 1월 알제리에서 수주한 1조9000억 원 규모 정유 프로젝트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삼성E&A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한 현장이라 계약을 해지해도 재무적 손실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며 “계약 조건을 놓고 추가 협상을 벌였지만 조율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4일 3600억 원 규모 경기 광주 경안2지구 도급계약을 수익성 문제로 해지했다. 지난달 22일엔 동탄 지역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단지 조성을 위한 시행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1800억 원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뉴스테이는 8년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 전환해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했다”고 했다.

● 자회사 매각으로 현금 확보

자회사와 보유 부동산을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건설사도 많다. GS건설은 현재 스페인 수처리 회사 GS이니마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이 2012년 인수한 GS이니마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522억 원을 올린 알짜 자회사다. 올해 9월에는 GS엘리베이터 지분 55%를 66억 원에 매각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

DL이앤씨 지주회사인 DL은 올해 호텔 부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매물로 내놓고 잠재 매수자를 찾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대문구 ‘디타워 돈의문’를 매각해 현금 1300억 원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외연 확장은 지양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건설 투자 규모는 올해 대비 1.2% 감소해 300조 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업계 체감 경기는 물량 감소, 경쟁 심화, 이익률 저하 등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건축 착공이 2022, 2023년 큰 폭으로 줄어들어 내년까지 건설 경기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건설업계#불황 터널#부실사업 정리#내실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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