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위스키 최대 생산국인 스코틀랜드에서도 ‘위스키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이다. 이곳은 스페이강이 흘러 물이 풍부하며, 비옥한 토양으로 보리가 잘 자라면서도 서늘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 위스키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이사이드에는 위스키 증류소가 유독 많다.
영국 전역에 위스키 붐이 일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는 이름의 증류소도 스페이사이드에 있다. 임페리얼 증류소는 빅토리아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즉위 60주년)인 1897년 건설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문을 닫아 시장에서 임페리얼 증류소 위스키를 접하기 어렵다.
그런 임페리얼 증류소 위스키를 올해는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다. 전 세계 108병, 국내 단 15병만 공개되는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더 웨이팅(Ballantine’s Masterclass Collection-The Wating)’이다.
“40년의 기다림 끝에… 올해가 적기였다”
지난 27일 만난 발렌타인 마스터 블렌더인 샌디 히슬롭(Sandy Hyslop) 시바스 브라더스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 총 책임자는 “올해 마스터클래스 컬렉션은 희소가치가 있는 희귀한 위스키 원액에 중점을 뒀다”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임페리얼 증류소 원액과 글렌버기 증류소 원액 중 피트함이 느껴지는 ‘글렌 크릭’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스카파와 밀튼더프 증류소 위스키 원액 등이 블렌딩에 사용됐다.
‘더 웨이팅’은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이라는 이름대로, 소량 현존하면서도 40년 이상 숙성된 원액들로 블렌딩했다. 통상 고연산이라고 불리는 위스키는 30년산이다. 위스키를 숙성하는 동안 일어나는 ‘엔젤스 쉐어(Angel’s Share)’ 현상 때문이다. 캐스크(술통‧Cask)에서 위스키는 조금씩 증발하는데, 이것이 엔젤스 쉐어다. 매년 2%정도 증발하기 때문에 30년만 지나도 45%가 날아간다. 여기서 10년을 더해 40년을 숙성하면 절반도 남지 않는다. 기다림과 희생을 거친 후에야 40년산 위스키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는 40년산 위스키는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도 1년 생산량이 손에 꼽는다.
‘더 웨이팅’은 이러한 기다림의 미학을 조명했다.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하나의 블렌딩이 완성되기까지 증류부터 캐스크 관리, 숙성, 블렌딩 등 전 과정에서 수많은 시간과 기다림의 연속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
실제로 샌디 히슬롭 마스터 블렌더는 ‘더 웨이팅’을 선보이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샘플을 확인하고 최상의 풍미에 도달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림의 연속을 겪었다. 그는 “더 웨이팅에 사용된 일부 원액은 처음 증류됐을 때부터 봐왔다. 멘토인 선대 마스터 블렌더 잭 가우디(Jack Goudy)가 준비한 원액들이다. 처음 시작부터 지금 ‘더 웨이팅’을 만들기까지 전 과정을 기다린 것과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품을 만들 때 올해만 바라보고 만들지 않는다. 5~6년에 걸친 긴 시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또 40년 이상 숙성된 원액도 많지 않다. 그래서 원하는 풍미를 만들 수 있는 적합한 원액을 언제, 어떻게 선별할지 고민한다. 이번 해가 가장 맞는 때, 적기라고 생각해서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더 웨이팅’은 발렌타인의 정체성인 ‘우리가 깊어지는 시간(Time well Spent)’을 의미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또한 발렌타인 특유의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최고급 아메리칸 오크 숙성을 거치면서 스파이시한 애플 크럼블에 카라멜라이징된 파인애플, 수제 자두잼의 묵직한 달콤함 뒤에 이어지는 은은한 스모크 향의 긴 여운이 돋보이는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위스키를 완성했다.
마스터클래스 컬렉션 두 번째 시리즈인 ‘더 웨이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5병이 국내에 배정됐다. 이는 첫 번째로 선보인 ‘더 리멤버링(The Remembering)’이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던 영향이다. 지난해 더 리멤버링은 국내에 6병 배정됐는데, 출시 당일 모두 판매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추가로 배정된 5병까지도 일찌감치 완판됐다.
‘더 웨이팅’을 국내에 선보이는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총괄 미겔 파스칼(Miguel Pascual) 전무는 올해도 시리즈의 성공을 자신했다. 샌디 히슬롭 마스터 블렌더와 함께 만난 그는 “사실 ‘더 리멤버’도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물량을 2배 이상 받아왔다. 첫 시리즈를 구매했던 분들은 두 번째, 세 번째도 계속 구매하고 싶어 할 것이다. 또 이 제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새롭게 구매를 원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도 큰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디 히슬롭 마스터 블렌더는 각기 다른 증류소와 캐스크에 중점을 맞춰 2027년까지 매년 차례로 마스터클래스 컬렉션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을 기억하는 기술’의 의미를 담은 ‘더 리멤버링’과 ‘기다림의 미학’을 표현한 ‘더 웨이팅’에 이은 시리즈는 훌륭한 마스터 블렌더가 가져야할 자질인 열정, 정확한 타이밍, 블렌딩 기술과 미래를 위한 시간 투자 등의 의미를 담아낼 예정이다.
리미티드 싱글몰트도 선봬… 韓에서만 볼 수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발렌타인 싱글몰트 리미티드 에디션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스몰배치 16년(Ballantine’s Single Malt Glenburgie Small Batch 16YO)’도 선보인다. 발렌타인 싱글몰트 위스키 중 첫 리티미티드 에디션이며, 전 세계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공개된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현재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카테고리다. 본래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몰트로만 만든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몰트에 세금을 붙이는 법안이 제정되면서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몰트 외 위스키, 즉 그레인 위스키가 탄생했다. 블렌디드는 값비싸진 싱글몰트 위스키와 저렴한 그레인 위스키를 적절하게 배합해 맛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았다. 팬데믹 전후로 가성비보다 가치에 집중하는 소비문화가 떠오르면서 헤리티지가 강조된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미겔 파스칼 전무는 “한국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는다. 그냥 새로운 게 아니라 품질이 좋은 제품 중에서도 새로운 걸 찾는다. 그런 측면에서 싱글몰트가 많이 어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싱글몰트 카테고리의 성장 이면에는 신제품이 많아진 영향도 있다. 10년 전에는 싱글몰트가 많이 없었는데,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등장하고 투자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스몰배치 16년이 특별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 제품은 40개의 한정된 캐스크 원액으로 단 1회만 생산해 희소성이 높다. 제작방식은 발렌타인의 장인정신과 싱글몰트 위스키의 정수를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물에 희석하지 않는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방식으로 채택했다. 또한 모든 병에 마스터 블렌더의 서명을 새겨 넣어 소장가치를 더했다. 샌디 히슬롭 마스터 블렌더는 “직접 증류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그 증류소에서 나오는 원액 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韓 시장 잠재력 커… 추가 성장 여력도 충분”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6796억 원에서 2021년 3조2051억 원, 2022년 4조9461억 원으로 연평균 36%씩 커지고 있다. 올해는 5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겔 파스칼 전무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시장이 이렇게 2배 가까이 성장할 거라고 아무도 예측 못했다. 또 몰트가 볼륨이나 분류 측면에서 모두 넘버원이 되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그게 현실화가 되고 있다”며 “한국의 위스키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 위스키 시장이 침체라고 평가받는 건 팬데믹 이후로 급격하게 늘어난 수요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위스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세를 봤을 땐 앞으로도 성장할 여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젊은 소비자들이 하이볼로 시작하면서 위스키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이분들이 더욱 더 다양한 위스키를 즐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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