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23곳중 21곳 환율 하락 전망… 실제론 트럼프 당선뒤 强달러 계속
국내 금융사 4.7%-해외 5.3% 괴리
환율 따라 삼성전자 손익 4187억差
예측-대응능력 취약한 中企 더 부담
올해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국내 금융사 13곳, 해외 금융사 10곳이 지난해 말 예상한 올해 환율 전망과 실제 환율을 비교한 결과 차이(괴리율)가 5% 내외에 달했다. 환율 변화가 기업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은 금융사 전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리 지정된 고정환율로 거래를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금융사 환율 전망 약 5% 어긋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자국 중심주의의 대두에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더해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2.9원으로 마감했다.
변동성이 큰 탓에 원-달러 환율의 흐름 전망은 실제와 완전히 어긋났다. 국내외 금융사 23곳 중 21곳은 1분기(1∼3월) 환율이 최고점을 찍고 이후 연중 내내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직 국내 금융사 2곳만이 2분기(4∼6월) 환율 상승을 전망했다. 실제 환율은 2분기 상승세를 보이다가 3분기(7∼9월) 소폭 하락한 뒤 10월 이후 다시 달러 강세의 모습이다. 실제로는 1분기 환율이 제일 낮았다.
금융사들이 예상한 환율과 실제 환율의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은 국내 금융사는 4.7%, 해외 금융사는 5.3%에 달했다. 평균 5% 내외의 차이를 보인 셈이다. 원-달러 환율이 5% 정도 변동할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기업들이 공시한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삼성전자는 4187억 원, 현대자동차는 1023억 원, LG디스플레이는 443억 원가량의 손익(법인세 반영 전)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환율을 전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환율 상승=수출기업 유리’ 같은 공식이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수출 규모, 제조 과정에서 수입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용, 부채 중 외화부채 규모에 따라 유불리 여부가 복잡하게 작용하며 매년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한국 반도체 ‘투톱’ 중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이 유리하지만 SK하이닉스는 반대로 낮아지는 것이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에 속한 ‘한 식구’지만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올라야, 기아는 떨어져야 손익에 도움이 됐다.
● 환율 예측-대응 역량 떨어지는 중기 부담이 더 커
대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헤지(위험 분산) 차원에서 파생상품이나 풋백옵션 등을 매수, 매도한다. 9월 말 기준 삼성전자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 유로 등 32개 통화와 관련해 체결한 통화선도 거래(사전에 고정된 환율로 진행하는 거래)는 4876건에 달한다. 또 그룹 내 연구소 등 자체 환율 전망·분석 역량도 갖추고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환율 예측이나 대응 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다. 대응 방법도 환헤지 상품을 통한 방법보다는 단가 조정이나 원가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 비용 발생을 줄이는 간접적인 대응에 그친다. 수도권 소재 중소 화학업체 A사는 달러 강세에 힘입어 올해 목표 매출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A사의 매출은 주로 북미 시장 수출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원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사오는 A사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A사 관계자는 “매출이 증가한 만큼 원가도 올랐고, 해외 운임료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해외 출장 등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며 “환헤지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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