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쌀 시장의 90%가 장립종
한국 체류 외국인 취향에도 맞아
정부, 내년부터 품종 개발 진행
쌀 소비 감소 해결-농가 소득 확대
정부가 국내에서 쌀이 남아도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장립종 쌀 재배 검토에 나섰다. 쌀 소비의 감소와 공급 과잉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장립종 쌀 재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립종 쌀은 국내에서 재배해 아프리카로 수출 할 수 있으며, 동남아 출신 등 국내 체류 외국인의 취향에 맞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쌀 과잉 생산 대응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올해 말 발표 예정인 이번 대책에는 쌀 재배 면적 축소와 쌀 가공식품 수요 확대 등과 더불어 새로운 쌀 품종 개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벼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장립종인 ‘인디카’형과 단립종인 ‘자포니카’형으로 구분된다. 한국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는 통일형은 두 품종을 합쳐서 개량한 품종이다. 주로 인도와 동남아 등 아열대 지역에서 재배되는 인디카형은 찰기가 적고 푸석한 쌀이다. 자포니카형은 일본 등 온대 지역에서 재배되는 찰기가 많은 쌀을 말한다. 통일형은 인디카형와 자포니카형을 교잡해 만든 것으로 두 가지 품종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인디카형 장립종 쌀은 국내에서 재배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국내 쌀 생산은 통일형을 포함한 단립종 위주로 장립종의 생산 기반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장립종의 국내 재배를 늘리는 것을 쌀 공급 과잉 문제의 해결책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 생산량은 370만 t으로 9만5000t이 과잉 생산됐다.
정부는 장립종 쌀을 재배할 경우 현재 국내에서 소비 중인 통일형 쌀 재배 면적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확된 장립종 쌀은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즉석밥과 냉동밥 등 K푸드 가공식품 소비는 증가 추세인 가운데 장립종이 쌀 수출의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 주로 소비되는 쌀의 종류는 장립종으로 ‘K라이스벨트’(쌀 생산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벼 생산 단지를 조성하는 공적개발원조) 사업용 종자로도 장립종 벼가 보다 적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쌀 소비량은 매년 6%씩 증가하고 있으나 주요 쌀 소비국의 자급률은 낮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내년부터 장립종 품종·상품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농식품부는 2026년부터 장립종과 가공용 품종 등을 재배하는 수출 및 가공용 생산단지를 시범 구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전남 해남에서 장립종을 시범 재배 중이며, 국내 생산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단계”라며 “향후 농업인들이 장립종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