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24]
리더십 분야 석학 드 브리스 佛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오만에 빠지는 ‘휴브리스’ 경계… ‘나’보다 ‘우리’ 강조 리더십 중요
때로는 고통 마주하며 치료하는, 치과의사 같은 리더 역할 해야”
“권력에 취한 악성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예스맨(Yes Man)’에게 둘러싸여 자아과잉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제도로 막아야 한다.”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4’의 연사로 참여한 리더십 분야의 석학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자기애가 강하고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는 나르시시스트는 독성 있는(toxic) 리더”라면서 “좋은 말만 하는 컨설턴트보다는 이런 리더에게 엉망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인설턴트(insultant·모욕을 준다는 뜻의 insult와 consultant의 합성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악성 나르시시스트 리더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꼽았다. 드 브리스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은 육감이 좋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지만 자기애가 지나치고 권력에 중독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지막 순간에 권력을 내려놓지 못했다”며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하고 권력자의 오만에 빠지는 ‘휴브리스(Hubris)’의 틀을 경계해야 한다. 그는 “리더는 주변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이야기하는 반향실(echo chamber)에 갇히기 쉽다”면서 “그러다 보면 자신의 약점을 잘 모르게 되고, 이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 ‘나(Me)’보다 ‘우리(We)’가 중요
한국의 정치에서도 나르시시스트와 그 주위를 둘러싼 예스맨들의 횡포를 막아줄 제도의 역할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에서 제대로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 제도가 튼튼하다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 브리스 교수에 따르면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결국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불도저 같은 리더가 한국에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조직이 성공하려면 나르시시스트를 없애고 ‘나(Me)’밖에 모르는 사람보다는 ‘우리(We)’를 강조하는 사람을 리더로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예스맨이 되지 말라고 주문한 미국의 영화 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처럼 다면적인 피드백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 브리스 교수는 “경영진이 되면 주변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해진다”라면서 “리더는 외로운 사람이며 팀 코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평가도 믿지 말고, 360도를 넘어 720도 다면 평가를 통해 자신을 아는 주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 무위자연의 리더가 좋은 리더
드 브리스 교수에 따르면 최고의 리더는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망각할 만큼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의 70%는 상사 때문”이라면서 “노자가 저서 ‘도덕경’에서 강조했듯이 직원들이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고 존중하지도, 칭송하지도 않는 리더가 가장 훌륭한 리더”라고 말했다.
물론 리더는 필요하다면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고 악역을 자청할 수도 있어야 한다. 드 브리스 교수는 “사랑만 받길 원한다면 아이스크림을 파는 장수가 돼야 한다”라면서 “리더는 때때로 통증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치료하는 치과의사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국 리더를 위한 처방으로는 ‘자기 돌봄’과 ‘용서’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은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공했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봐야 할 때가 왔다”면서 “충분히 휴식하면서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를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