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동안 한민족의 생명줄을 책임져 온 쌀이 어느새 기피 식품으로 전락했다. 쌀이 탄수화물 중독증이나 비만의 원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쌀밥을 먹지 않으면 탄수화물 중독증이나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히려 밥을 굶어 저혈당이 되고 힘들면, 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설탕이나 과즙 같은 단순 당이 많은 디저트를 찾게 돼 더 위험하다. 쌀밥은 혈당지수(GI) 값이 68로 밀가루 빵(100)보다 낮아 혈당 관리에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복합탄수화물인 쌀밥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혈당 조절에도 안전하다.
뇌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쌀눈이 있는 현미에는 뇌신경 안정 효과가 있는 가바(GABA)나 오리자놀 같은 항산화물질, 칼슘·철과 같은 무기질, 치매 예방에 좋은 ‘PEP 저해물질’ 등 여러 생리 활성 물질이 들어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히 GABA는 뇌세포 대사 기능 촉진과 신경 안정 작용으로 스트레스 완화와 피로감 경감, 혈압 및 수면의 질 개선 등에 좋다.
또한 쌀눈에 들어 있는 ‘PEP 저해물질’은 알츠하이머(AD)를 비롯해 다양한 뇌 장애 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이다. PEP는 뇌 기능 정상 유지 물질을 파괴해 뇌 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노인성 치매 원인 물질인데 발아현미에는 ‘PEP 저해물질’ 함유량이 현저히 많아 발아현미를 식품으로 섭취할 경우 뇌기능 장애 예방 및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뇌 관련 질환, 치매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으나 예방에 적합한 식품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평상시 먹는 현미밥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규칙적으로 현미밥을 꼭꼭 씹어 잘 섭취하는 단순한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어릴 때부터 밥 먹는 식습관을 갖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먹기 어렵다. 어릴 때부터 밥과 반찬을 골고루 챙겨 건강하게 우리 한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아침을 잘 챙겨 먹는 식습관은 두뇌 활동과 학습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대표 쌀 생산 지역인 아키타현은 밥 중심의 전통적인 식문화가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하다. 아키타현은 전국 학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가 있는데 이는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밥상머리 교육과 연관이 깊다고 소개됐다.
단 한 가지 음식으로 우리 건강을 좋게 유지하기란 사실 어렵다. 한식처럼 쌀밥과 반찬을 중심으로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쌀에 두뇌 건강에 좋은 GABA와 ‘PEP 저해물질’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밝혀졌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평생 건강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아침밥을 꼭 먹는 식습관부터 갖추고 발효음식이 많은 쌀밥 중심의 한식을 제대로 먹는 것 이상의 비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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