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무디스 “불안 계속땐 韓신용 부정적”… S&P “현 신용등급 바꿀 사유 없다”
전문가 “경기침체 상황에 불 지핀격… 경기 하강국면 더 오래 이어질수도”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후 경제부처에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한국 국채를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번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불확실성이 커져 국제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국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를 보낼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금 연락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의 정치 불안에 질린 외국인은 40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증시 밸류업을 추진하던 정부가 도리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 불확실성, 국가신용 악영향 가능성”
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요한 법안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위기에는 취약한 경제 성장 전망, 도전적인 지정학적 환경,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제약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가뜩이나 경제 둔화 양상을 보이는 마당에 정치 불안까지 장기화될 경우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심야 계엄 사태가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정정 불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대외 신인도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적 리스크가 신용 리스크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사태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은 신용등급 자체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킴엥 탄 전무는 이날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상계엄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일이고 향후 투자자의 결정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현 신용등급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 “경기 침체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덮쳤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경제가 내리막을 걷는 중에 나타난 점을 특히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이번 사태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리스크가 많이 흡수될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 불을 지핀 격이라 경기 하강 국면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진 바 있다. 특히 내년부터 1%대 저성장 국면이 예고된 상태라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경제 상황이 탄탄하면 모르겠지만 소비와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앞으로의 정치적인 갈등이 얼마나 확대되는지에 따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