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로칩, 시장 상황 변화로 협상 보류
“새 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 문제 처리할 것”
삼성·SK하닉 등 기업 절반 이상 지급 ‘아직’
미국 행정부와 약속했던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기업 측이 자진해 거절한 사례가 처음 나왔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1년 가깝게 지연되는 가운데, 그 기간동안 글로벌 시장 환경 급변으로 보조급 혜택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TSMC와 인텔과 달리 아직 보조금을 확정 짓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는 미국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s·칩스법) 프로그램에서 첫 사례다.
이 업체는 미국 오리건과 콜로라도 공장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1억6200만달러(2280억원)의 보조금을 신청했으나 최근 보조금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마이크로칩은 경영 악화로 인해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스티브 상히 마이크로칩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열린 투자 설명회 ‘UBS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조금은 거의 1년 전, 모두가 공급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을 때 신청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생산이 너무 많다. 일단 협상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1달러를 쓸 때마다 15센트를 지원하는데, (공장이) 필요하지 않다면 85달러를 쓰고 싶지는 않다”며 “앞으로 새 행정부가 들어서고 그들의 입장이 어떤지, 여전히 돈이 있는지 모르지만 문제 파악이 끝난 후 처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2년 통과된 칩스법을 근거로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5조5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반도체 관련 20여개 기업이 보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1년간 보조금 대상 선정과 지급의 지연으로 여전히 TSMC, 글로벌파운드리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보조금 수령이 확정되지 않았다. 인텔의 경우 당초 85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78억6000만달러 만 받게 됐다.
한국 기업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보조금 64억달러(8조9000억원), SK하이닉스는 보조금 4억5000만달러(6200억원)를 신청했는데,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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