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선박 수주를 놓고 한국이 중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발주된 10척 중 7척을 중국이 따냈다. K조선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선 여전히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11월 국내 조선업은 총 24척, 114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를 수주했다. 중국은 73척, 236만CGT를 차지했다. 전 세계 선박 건조 시장에서 중국이 61%를 차지해 한국(29%)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과 중국의 선박 수주 비중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지는 추세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수주량 비중은 한국이 18%, 중국이 69%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국은 22%, 중국 58%로 중국과의 격차는 지난해 36%포인트에서 올해 51%포인트로 커졌다.
수주잔량을 보면 올 11월 말 기준 한국이 704척으로 전세계 수주잔량의 25%, 중국은 3365척으로 57%를 보였다. 5년 전에는 한국은 25%, 중국은 39%였다. 중국이 선박 수주를 한국보다 더 빠르게 늘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는 중국과의 절대적인 수주량 격차는 벌어지고 있지만,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등에선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저가 수주가 아닌 선별 수주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올 11월 척당 환산톤수는 한국이 4만8000CGT로 중국(3만2000CGT)을 앞서고 있다. 척당 환산톤수가 높다는 건 건조 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을 위주로 수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업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의 선박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라며 “K조선은 중국과의 수주 물량 경쟁은 무의미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선박 기술력에서 초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 및 건조 부문에선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지만, 조만간 이 분야에서도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연구·개발, 조달, 생산, 수리, 수요 등의 부문으로 구성된 조선산업 가치사슬 순위에서 지난해 한국은 88.9를 받아 90.6을 기록한 중국에 뒤처졌다. 한국은 그동안 조선업 가치사슬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해 왔었다. 특히 선종별 경쟁우위 종합 평가에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점수 격차는 2021년 10포인트에서 지난해 7.5포인트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조선업을 넘어 금융, 해운, 국방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한 ‘한국형 해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해양전략으로 한국이 우방국의 상선과 특수선 협력을 이끌거나 상대적으로 국내 조선업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서비스 부문은 우방국과의 협력 등으로 전반적인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