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두산밥캣의 모회사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꾸는 분할합병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계엄령 사태’ 직격탄을 맞아 20%가량 급락하면서 분할합병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자 내린 결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이사회를 연 뒤 주주서한을 보내 “최근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회사는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한 주주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올 7월 회사의 사업 구조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개 축으로 바꾸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옮기는 방식의 분할합병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 동의를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국가적 혼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3일 종가 기준으로 2만1150원이었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10일 1만7180원까지 떨어졌다. 일주일 사이에 18.7%가 빠진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에 수혜를 받았는데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다시 원전 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하자 애초 2만890원으로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사용하겠다는 주주가 늘었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맞춰 주식을 팔면 된다. 주가가 빠지자 차익을 노린 이가 대거 발생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초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할 자금 한도를 6000억 원으로 설정했는데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10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보다 낮으면 12일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 표결에 기권하겠다고 한 것도 결정타가 됐다. 두산 측에서는 “너무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당장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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