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백모 씨(44)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료로 주식 투자 강의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을 찾아갔다. 해당 업체는 백 씨에게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저렴하게 사서 개장 이후 비싸게 팔 수 있다며 백 씨에게 가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했다. 이후 가짜 성공 사례들을 보여주며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처럼 속였다. 이에 백 씨가 2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어느날 앱은 갑자기 먹통이 됐다. 백 씨는 “전화 문의를 하고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며 “더 많은 금액을 넣었다면 정말 큰일 났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2년간 금융소비자 2명 중 1명은 금융 사기를 당할 뻔하거나,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 약 40%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방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은 올 10월 15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만 15∼79세의 금융소비자 25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9%가 2년 사이 피싱, 투자 사기 등의 금융 사기에 노출되거나 실제 피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피해 금액은 피싱 954만 원, 투자 사기 2111만 원으로 집계됐다. 피싱에 비해 투자 사기 피해자들의 상황 인지가 늦다 보니 피해 규모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피싱 경로의 대부분은 문자메시지였던 반면 투자 사기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중심이었다.
문제는 금융 사기 피해자들이 좀처럼 피해 금액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체 피해자 중에서는 약 40%가, 60대 이상 고령층 피해자 중에서는 63% 정도가 투자금을 전혀 되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예진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주임연구원은 “앞으로의 금융 교육에 다양화된 금융 사기 행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를 구제받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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