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발표에 출렁였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증시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원-달러 환율도 담화 전후로 변동 폭을 키우면서 대외 신인도에 대한 불안감을 그대로 노출했다.
12일 코스피는 장 초반 전일 대비 1.08%까지 상승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국회의 탄핵 추진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승 폭이 0.26%까지 쪼그라들었다. 코스닥도 이날 오전 1.61% 오른 686.78까지 치솟으면서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690.80)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기관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이어진 데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일 대비 1.62%, 1.10% 상승한 채 마감했다.
환율 역시 등락을 오갔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20원대로 떨어졌지만, 담화 직후 1430원대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외환·금융시장 불안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과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지로 인해 안정세를 보였으나, 윤 대통령의 반격으로 다시 변동성에 시달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날 장 막판 국내 증시 반등이 이뤄지면서 이제 정치적 악재에 대한 면역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언론에 “탄핵이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므로 경제에 낫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여당과 야당의 상황과 무관하게 지금 경제 상황이 간단치 않다”며 “불확실성 제거가 경제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선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경제계 복심’으로 꼽혀왔던 이 원장도 탄핵소추안 가결이 경제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그는 “우리 경제·금융에서의 외생 변수에 대한 분석이지 탄핵을 지지하냐 반대하냐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금융시장 안정이 지금 핵심적인 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원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도 “충격을 받았다. 사전에 어떤 것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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