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여야 필요성 인정… 탄핵정국에 계류
“외교통상 시스템도 신속 회복” 호소
최상목 “연내 처리, 국회에 설명”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재계는 민생·경제 정책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여야 간 이견(異見)이 크지 않은 경제법안 12개를 우선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 우리 산업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법안들이 연내에 최대한 처리될 수 있도록 산업계의 목소리를 정성껏 국회에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 “반도체특별법, 형법 개정안 국회 통과돼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앞서 10월 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재계가 건의한 경제 분야 입법과제 23개 중에서 여야 모두가 법안을 발의한 게 12개다. 여야가 공통으로 필요성을 인정한 이른바 ‘무쟁점’ 경제법안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특별법이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이 골자다. 반도체 시설투자에 정부가 조 단위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직접 보조금 없이 세액공제만 지원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현재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는 세액공제를 모두 포함해도 1조2000억 원 수준으로,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도 나란히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며 뜻을 모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소관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국내 산업계 피해가 막심한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형벌을 강화하는 취지인 형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쌍둥이 공장’을 세우려 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핵심 전략산업에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재계의 기대감이 높았던 법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보다 눈앞의 보상이 더 큰 구조여서 형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 첨단산업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망 인허가 절차 등을 개선하는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도 요원한 상태다. 앞서 11월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전력수요가 98% 늘 때 송전설비는 26% 증가에 그쳤고, 최근 송전설비 건설도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 “증언·감정법 등은 거부권 행사돼야”
경제계는 악영향이 우려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될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가 영업비밀과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정보를 국정감사 자료로 요구해도 거부할 수 없고, 총수의 해외 출장 중에도 화상으로 증인 출석을 하도록 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우려가 크다. 앞서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도 취임 직후 증감법을 포함해 6개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를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증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외 경쟁사를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주요 경영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상시 노출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는 중요한 시기 권력 공백이 길어진다는 것도 기업들엔 큰 리스크”라며 “대미 외교 카운터파트가 다시 정립됐으니 올스톱된 외교 통상 시스템을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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