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노무현-박근혜 탄핵때와 달리
내수-수출 동반부진, 韓경제 더 취약”
‘송년회 실종’ 우려 소상공인들
“초당적 경제살리기 올인” 호소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 10여 일간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탄핵 심판까지 리더십 공백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불분명한 가운데 당장 한국 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부진과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리스크 등 대내외적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서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중국의 경기 호황과 반도체 경기 호조 등 ‘비빌 언덕’마저 없는 만큼 경제의 탄핵 충격파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과거와 이번 탄핵 국면 모두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됐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해외 요인이 국내 요인과 중첩될 경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제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는 경제 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추진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과 국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2016년은 글로벌 반도체 호황 등 우호적인 글로벌 경기 흐름이 국내 경제에 호재로 작용해 정치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 소비 등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경기 침체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 역풍’까지 맞게 되면서 한국 경제가 과거보다 취약한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송년회 실종’을 우려했던 소상공인들은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걱정은 여전하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1630명 중 88.4%(1441명)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일주일(4∼10일) 매출이 직전 주(11월 27일∼12월 3일) 대비 감소했다”고 답했다. 3분기(7∼9월) 소비판매액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하며 2022년 2분기(4∼6월)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몰렸다”며 “향후 절차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내 증시는 탄핵안 가결로 한숨 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안 그래도 미 달러화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6.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30원대에서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이 내년 5월에는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내수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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