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복병’… 국내선 탄핵 혼란, 美-유럽은 재래무기 눈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6일 03시 00분


각국 방산시장 재건에 안간힘
美, 155㎜ 포탄 생산 본격 투자
獨, K2전차 경쟁 ‘레오파르트’ 확대
정국 혼란 한국, 전폭 지원 어려워… 해외 생산시설 확충 등 숙제 산적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던 한국 방산 기업들이 암초를 만났다. 방산 수출은 정부의 전폭적 외교 지원이 중요한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한 정국 혼란에 당분간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유럽 등 전통의 방산 강국들이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나섰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혁신에 나서야 하고, 정부는 수출 지원에 나서는 등 ‘2인3각’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유럽과 미국, 방산 시장 재건

독일 정부는 최근 튀르키예에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수출을 승인했다. 독일은 그동안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중동에 무기 수출을 금지했었다. 하지만 올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해제했고, 튀르키예에 전투기 수출까지 승인한 것. 방산업계에선 독일 정부가 급격히 늘어난 세계 무기 수요를 고려해 방산을 전략산업으로 삼고 무기 수출 빗장을 개방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지난달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독일의 방산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방산 강화를 위해 산업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유럽의회조사처(EPRS)는 ‘유럽의 방위산업 강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은 역내 방위산업 시설을 강화하고 그에 맞는 방위비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럽의 방위산업이 쇠퇴해 비유럽 국가로부터 무기 수입을 강화했다”고 지적하며 특히 폴란드가 유럽산 무기 대신 한국 무기를 구매한 점을 언급했다. 한국 무기 수입 경계에 나선 것이다.

최근 유럽은 방산시장 재건 및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연간 5∼10대 생산에 그쳤던 K2 전차 경쟁 모델 ‘레오파르트’ 전차의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레오파르트 생산 기업 라인메탈은 헝가리에 전차 생산 기지를 새로 짓기로 했고, 우크라이나에도 장갑차 링크스(Lynx) 생산 시설을 최근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5년간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러시아를 누르고 2위에 올라선 프랑스도 유럽 내 안보 역량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병사 2000명을 대상으로 군사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국산 무기 최대 수입국인 폴란드는 자체 탄약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해 예산 1조 원을 배정했고 우크라이나도 자체 포탄 생산 시설 확충을 끝냈다.

미국은 최첨단 무기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대부분의 재래식 무기 생산을 중단한 미국은 최근 155mm 포탄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40년 만에 켄터키주 그레이엄에 트리니트로톨루엔(TNT) 생산 시설을 가동하기로 했다. 6100억 원 투자도 단행했다. TNT는 155mm 포탄 등에 들어가는 폭발물이다. K방산을 맹추격하는 튀르키예는 내년 국방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470억 달러(약 67조5000억 원)로 의결했다. 올해 대비 17.5%나 증액한 것이다.

● “해외 K방산 생산 거점 구축 등 필요”

방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을 놓고 방산 기업 간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방산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K방산 수입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방산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같은 정부 차원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방산 공급망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산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K방산을 수출형 산업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선 수출 대상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면 K방산 수입국이 한국 무기를 ‘해외 수입산’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 유 센터장은 “정부 역시 방위산업 수출을 위한 별도 법을 만들어 절충교역(무기 구매자에게 반대급부로 기술 등을 이전해 주는 것) 등 기업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방산#국방상호조달협정#방산시장 재건#재래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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