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이토 다카토시 美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고관세땐 韓-中-日기업 피해 보지만… 美 성장률 낮추고, 인플레 유발할 것
日 제로금리 등 부양책 효과 제한적… 기업 지배구조 개선해 경쟁력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정책은 되려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줄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관세 공약을 실제 이행할지는 불확실합니다.”
이토 다카토시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등에 대한 고관세 정책은 오히려 미국의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토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연구원과 일본 재무성 차관보를 지낸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일본 중앙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피해를 보고 인도, 베트남 등의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것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추후 중국 등과의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엄포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의 계엄 사태가 트럼프와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불운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일본의 경제 경쟁력이 강화된 배경에 대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 원동력”이라고 꼽았다. 이토 교수는 “일본 기업은 그동안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매우 낮았다. 기업들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셈”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됐고, 최근 기업들이 역사적인 수익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기술 혁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이 내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역시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활용 등 기술 변화를 통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며 “한국도 인구 구조 전환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제도와 기술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제로 금리’ 정책이나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오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재정 정책을 썼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그는 “재정 정책은 불필요할 때 철회해야 하는데, 포퓰리즘 때문에 끊어내기 어렵다”며 “실제 일본에서 코로나19 시기에 국채 발행 금액이 세입보다 많았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토 교수는 “재정 정책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나 마이너스(―) 성장 등의 경제 위기 시에 사용해야 하는 극단적인 처방전”이라며 “한국은 성장률도 플러스(+)로 유지되고 있고, 물가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 1%까지로 올릴 것”이라면서도 “엔화 가치 급등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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