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가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450원대로 급등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2%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회 연속 금리를 인하에 나서면서도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매파적 인하’에 따른 충격이다. 정치 불안 지속에 따른 증시 불안과 원화값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전일 오후 종가(1435.5원)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 기준으로 환율 1450원 돌파는 2009년3월16일(1488.0원) 이후 처음으로 장중 최고가는 1453.0원이다.
환율 급등은 미국의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위원회) 결과에 영향받았다. 연준은 17일~18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춘 4.25~4.5%로 결정했다. 다만 점도표에서는 경제성장률 호조세를 기반으로 내년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시사됐다.
지난 9월 내년 인하 횟수로 4차례를 예상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차례만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12월 FOMC 이후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에 반영된 내년 1월 연준의 25bp 인하 확률은 17.1%에서 8.6%로 축소되고, 연내 인하폭 전망은 47bp에서 32bp로 줄었다.
모건스탠리는“내년도 금리인하 폭 전망을 기존 3회(1월, 3월, 5월 각각 25bp)에서 2회(3월, 6월 각각 25bp)로 하향 조정한다”고 봤다. 웰스파고는 “전반적으로 매우 매파적인 회의였으며 사실상 내년 1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연준의 ‘매파적 인하’ 결과 뉴욕증시는 3% 넘게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2.95%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3.56%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58% 밀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5%를 넘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108선으로 급등했다. 원·엔은 일본은행(BOJ)의 3회 연속 금리 동결에 엔·달러는 155엔 후반대로 올랐다.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치 불안과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도 원화 가치를 짓누르는 요소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대비 48.5포인트(1.95%)내린 2435.93에 장을 마쳤다. 개인이 8028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341억원과 5095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코스닥은 13.21포인트(1.89%) 하락한 684.3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9억원과 113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420억원을 순매수했다.
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11시30분 기준 전일대비 6.6bp 오른 2.602%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7.4bp, 6.2bp 오른 2.724%와 2.800%로 집계됐다.
환율이 치솟자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한 방향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향후 반대 방향으로 큰 폭의 반작용을 수반한다”면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사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한도를 650억 달러로 증액 조치를 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