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서울 XR 포럼 성황리 개최
XR 안경-콘텐츠로 XR 산업 성장할 것
모빌리티·의료 등 융복합 혁신 소개
“중장기 전략으로 국내 XR 이끌 것”
“1935년 스탠리 와인바움의 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에서는 주인공이 방 안에서 안경을 쓰면 그의 앞에 숲속 풍경이 펼쳐진다. 이 장면이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개념의 시초이다. 소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개념의 실현 가능성이 이제 입증되기 시작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A홀에서 열린 서울경제진흥원(SBA) 주관 ‘2024 서울 XR 포럼’에서 기조연사로 나선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원장은 XR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이 집약돼 부품, 서비스, 플랫폼 등에 미치는 산업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고 평가받는다.
SBA는 초기 단계인 국내 XR 산업에서 융복합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XR: 경계의 축소, 가능성의 확장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이번 행사를 열었다. 연구, 투자, 미디어,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XR 전문가들이 모여 XR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하고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 XR 안경이 변곡점 될 것
현 원장은 XR의 미래를 전망하며 XR 안경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밝혔다. XR 안경을 착용하면 두 손이 자유로워진 채 AI와 결합될 수 있다. 그는 현실과 가상을 통합시키고 내비게이션, 통번역 등 일상과 맞닿게 하는 서비스와 광고 시장은 새로운 포맷으로 재편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초저지연과 광대역폭을 지원하는 5세대(5G) 통신의 확산과 6G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주요 테크 기업들이 XR 안경을 선보일 예정이고 출시 이후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초소형 고성능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극복해야 할 기술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XR 산업을 주도하는 XR 헤드셋 시장은 메타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 소니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이 애널리스트는 메타와 애플이 각각 보급형 기기와 고급형 시장을 선점하며 향후 XR 관련 플랫폼 또한 이 두 회사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큰 기대 속에 세상에 공개된 애플의 ‘애플 비전 프로’는 출시 후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콘텐츠의 부족이 한계로 지적됐다. 499만 원 이상을 주고 구매했는데 막상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선을 보이기 시작한 XR 영화, 게임, 콘서트 등 다양한 몰입형 콘텐츠가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역시 올 10월 애플 비전 프로 전용 몰입형 영화 ‘서브머지드’를 공개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잠수함 승무원이 어뢰 공격에 대처하는 내용인데, 구멍 뚫린 잠수함에 탑승한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자율주행·훈련·치료도 XR로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하는 XR 기업의 성공 사례도 공유됐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핵심 솔루션인 ‘스마트 모빌리티 시뮬레이터’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도로 주행 시뮬레이션을 자체 개발하고 납품한 혁신 기업이다.
버넥트는 한국공항공사에 항공기 조종 훈련, 차량 보안검색 훈련 XR 콘텐츠를 제공했다. 국군의무학교와의 협업에선 전장에서 부상 병사가 발생한 상황을 XR로 구현해 교육생이 직접 의무 조치에 나서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의료 현장에 적용된 XR 사례를 소개한 한승호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 원장은 “재활 치료 등에는 XR이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으나 학생 교육, 환자 수술 등으로 쓰임을 확대하기 위해선 기술의 정확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기술 개선을 위한 업계 간 활발한 협업을 촉구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XR 기업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제시됐다. 조준희 이노시뮬레이션 대표는 “기술이 최우선이라는 사고는 내려놓아야 한다”며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내가 가진 기술로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 국내 XR 산업 도약 이끌 ‘4칙 연산’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 XR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SBA의 중장기 전략도 발표됐다. 이른바 ‘4칙 연산’ 전략이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XR 혁신 네트워크와 펀드를 구성하는 등 대내외 자원을 집결하고(더하기), 표준 사양을 확립하는 등 비효율을 제거하고(빼기), 산업과 기관이 협업해 융복합형 과제를 도출·수행하며(곱하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XR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나누기) 것이 골자다.
SBA는 2018년 서울VR·AR제작거점센터 운영 사업을 통해 XR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인력을 양성하면서 XR 지원 사업의 첫발을 뗐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AR·VR 기기 및 서비스 실증 기반 구축 사업’을 수행하면서 상암동에 ‘서울XR실증센터’를 조성하고 XR 기업의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했다. 국내 최초로 메타의 XR 플랫폼인 메타 스토어에 입점한 VR 게임 ‘월드워툰즈: 탱크 아레나’를 제작한 스토익엔터테인먼트, 국내 유일의 XR 안경 완제품을 생산하며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한 피앤씨솔루션 등이 SBA의 지원과 함께 성장했다.
이재훈 SBA 산업거점본부장은 “SBA는 국내 XR 산업을 이끌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과 같이 XR 기업과 기술자, 연구자들이 혁신 아이디어를 나누는 지속적인 교류의 장 또한 자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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