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이달 첫째 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전주 대비 약 30%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절 연휴, 기상 이변, 거리두기 조정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감소세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우리 국민 경제 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키면서 실제 비상계엄 현장이었던 서울 지역 내 소비가 주로 타격을 받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22일 통계청이 공개하는 속보성 데이터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 대비 26.3% 감소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지역 카드 이용금액이 29.3% 급감해 지난해 7월 7일(-32.2%)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작년 7월 초에는 남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민간 소비 위축이 불가피했던 점, 보통 12월은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시즌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론 이달 첫째 주의 감소세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인한 소비 심리 냉각이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런 현상이 속보성 지표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밖에 서울 지역의 카드 이용금액이 이번보다 더 빠르게 감소했던 시기는 △2022년 10월 7일(-36.8%) △2022년 9월 9일(-30.0%) △2022년 2월 4일(-42.2%) △2021년 10월 8일(-35.9%) △2020년 8월 7일(-32.3%) 등으로 대부분이 추석·설날 연휴,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2022년 10월 7일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2022년 9월 26일)된 직후 기간에 해당했다. 이에 너도나도 나들이에 나서면서 9월 마지막 주 30% 가까이 치솟은 카드 이용금액은 10월 첫째 주 기저효과를 맞으면서 주춤했던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명절 연휴 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고서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이후 이번이 서울 내에서 가장 심각한 소비 위축이었던 셈이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나우캐스트 지표 중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국내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속보성 지표로서 신한카드 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실험적 통계 일환인 터라 국가 승인 통계는 아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 사회 현상을 최대한 빠르게 포착할 수 있도록 주간 단위로 제공한다.
다른 나우캐스트 지표인 가맹점 카드매출액도 6일 기준 전국에서 전주 대비 27.4%, 서울에서만 38.7% 감소했다.
전국 카드 가맹점 매출이 계엄 이전 대비 30% 가까이, 서울에서는 40% 정도 줄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평균 카드 사용금액은 지난달 2조 6584억 원에서 12월 1~7일에는 2조 4796억 원으로 약 1700억 원 축소됐다. 전월 평균보다 약 7% 줄어든 수준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88.4%가 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그중 매출이 절반 넘게 축소됐다는 소상공인이 3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30~50%(25.5%) △10~30%(21.7%) △10% 미만(5.2%) 감소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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