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도 ‘불황형 구매’… 10집중 1집꼴 구입 역대 최대, 금액은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3일 03시 00분


“저축-절약해도 내 집 마련 힘들어”
3분기 214만 가구 구매, 전체의 9.8%
작년보다 1.4%P↑… 중산층이 40%
상반기 온라인복권 3조원 가장 많아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 씨(31)는 매주 금요일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 있는 복권 가게에서 동행복권 5000원어치를 구매한다. 박 씨는 “국내 주식 투자는 손해만 크게 봤고 결국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복권 당첨밖에 없는 것 같다”며 “커피 한 잔 값이지만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 일주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복권을 사는 이들이 늘면서 올 3분기(7∼9월) 복권을 구매한 가구 비중이 같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하지만 가구당 월평균 복권 구매 지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줄었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복권을 사더라도 금액을 줄이는 ‘불황형 구매’가 나타나는 셈이다.

● 10가구 중 1가구는 복권 구매


19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214만389가구로 전체 조사 대상 가구의 9.8%였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해당 통계가 개편된 2019년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다. 5년 전인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2.8%포인트 상승했다. 복권 구매 가구에는 로또와 연금복권뿐만 아니라 경마, 경륜에서 마권과 경주권을 구매한 경우 등도 포함된다.

앞서 올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도 복권을 구매한 가구 수는 200만 가구를 넘었다. 올 1분기와 2분기에 복권을 구매한 가구 수는 각각 221만1595가구, 202만8790가구였다. 복권 구매 가구가 200만 가구를 넘긴 건 2019년 1분기(1∼3월·212만2527가구)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3분기에 복권을 구매한 가구 중 3분위(소득 상위 40∼60%)에 해당하는 가구가 22.2%(47만4556가구)로 가장 많았다. 4분위(21.7%·소득 상위 20∼40%), 5분위(20.8%·소득 상위 20%) 등이 뒤를 이었다. 흔히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3, 4분위 가구가 복권 구매 가구의 40%를 차지하는 것이다.

● 상반기 복권 판매액, 4년 전보다 38% ↑


그러나 가구가 복권 구입에 지출한 비용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올 3분기 복권을 산 가구가 복권 구입에 쓴 금액은 월평균 7122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7957원)보다 10.5% 줄어든 금액이다. 2021년 3분기 이후 가구당 월평균 복권 지출액은 같은 분기 기준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체 복권 판매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복권 판매액은 총 3조6168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3790억 원)보다 7.0% 늘었다. 2020년 상반기 2조6205억 원이었던 복권 판매액은 매년 증가해 2023년에는 3조3790억 원까지 불었다.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4년 새 복권 판매액은 38.0% 증가했다. 판매된 복권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올 상반기 판매액 가운데 로또 등 온라인 복권이 2조9668억 원(81.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쇄 복권(4113억 원), 결합 복권(1674억 원), 전자 복권(713억 원) 순이었다.

대표적 ‘불황형 상품’인 복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며 복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착실히 저축과 절약을 해도 내 집 마련조차 힘든 상황에서 복권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권#구매#불황형 상품#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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