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임무 받은 ‘EV3’
보조금 더하면 3000만 원대… ‘아이페달 3.0’ 최초 적용돼
1회 충전시 최대 501km 주행… 접이식 휠체어는 싣기 힘들어
기아의 ‘EV3’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의 파고를 넘고자 올해 6월 출시된 차량이다. 그동안 중형차 위주였던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임무다. 캐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전기차는 너무 비싸고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EV3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보니 그동안 널리 판매되던 중형 전기차보다는 가격(4208만∼5108만 원)이 저렴하다. 정부 보조금을 수령하면 일부는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싸기만 해서는 깐깐한 국내 소비자의 기준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첨단 기능도 충분히 넣었다. 가격이 싸면서도 얼마나 똑똑하고 편리한 차량인지 위주로 살펴보며 EV3를 시승해 봤다.
최근 운전해 본 EV3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아이페달 3.0’,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이었다. 두 기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나온 자동차 중 EV3에 처음 적용됐다. 사실 그동안 회생제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차량이 감속할 때 모터 저항을 활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이 작동하면 종종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차가 너무 빨리 정지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술이 적용된 EV3에서는 차량 감속도를 0∼3단계로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사용해 보니 단계가 높아질수록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더 신속하게 차가 멈췄다. 더군다나 앞차와의 거리, 커브길인지 여부, 과속 방지턱 등을 고려해 차가 알아서 적정 수준으로 감속을 결정했다. 시내를 달리는 동안 잦은 정차가 있었지만 회생제동으로 인한 불편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불어 전체적인 주행감도 준수했다. 전기차답게 소음이 적은 편이었고 차량의 울렁거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고속 주행 시 가속은 거슬림 없이 무난하게 작동했다.
기아 전기차 중에서는 EV3에 최초로 적용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차량 화면을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음성 명령만으로 에어컨 세기를 조절하거나 주변 식당을 알아볼 수 있었다. 회생제동 기능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이 차량의 특징은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름대로 준비한 답변을 해주는 것도 신기했다. 가끔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거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하지 못해 답답한 적도 있었지만 이전 AI 비서들보다는 응대의 범위가 넓어져 기술이 진일보한 느낌이 들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기아는 EV3에 동급 최대 용량 수준의 81.4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아 EV3 롱레인지 모델은 완전히 충전하면 최대 501km를 주행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전기차를 80%까지만 충전하고 다니는 것을 고려해도 1회 충전 시 400km 이상의 실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장거리 운전을 하더라도 크게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용량이지 않나 싶다.
소형 SUV지만 공간이 크게 좁지 않았다. 1열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 넉넉했다. 2열은 약간 좁게 느껴졌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한 편이라 일주일 치 장을 본 식료품을 가득 실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접이식 휠체어나 유모차는 겨우 싣거나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트렁크 용량은 460L였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주변에 EV3를 추천한다면 출퇴근이나 장볼 때 사용하기 적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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