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여왕 ‘레이첼 베리’ 이번에도 살려낼까?… 글렌글라사 싱글몰트 마셔보니[동아리]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12월 28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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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베리(55)는 위스키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다. 글렌모렌지, 아드벡 위스키 브랜드에서 마스터 블렌더(위스키 맛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를 맡으며, 위스키 산업을 선도하는 여성으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스코틀랜드 태생인 그녀는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으며, 스카치위스키 연구원을 시작으로 보모어, 벤리악, 글렌드로낙 등 다양한 위스키 제조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인정받았다.

한국을 찾아 글렌드로낙 싱글몰트 위스키를 소개하는 레이첼 베리 마스터 블렌더(글렌글라사·글렌드로낙 등).
한국을 찾아 글렌드로낙 싱글몰트 위스키를 소개하는 레이첼 베리 마스터 블렌더(글렌글라사·글렌드로낙 등).
글렌글라사는 미국 잭다니엘 위스키 제조사로 유명한 브라운포맨이 2016년 빌리 워커(글렌알라키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로부터 인수해온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섞지 않고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 중 맛을 선별해 상품화시킨 제품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글렌피딕, 맥켈란, 글랜그란트 등이 있다. 반대 개념인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에서 원액을 받아 마스터 블렌더가 최적의 맛을 내는 조합으로 섞어 만든 위스키를 뜻한다. 로얄 살루트, 조니 워커, 시바스 리갈 등이 있다.

레이첼 베리 글렌글라사 증류소 재건 맡아… 위스키 업계 대표하는 ‘우먼파워’
글렌글라사 포트소이 위스키.
글렌글라사 포트소이 위스키.
브라운포맨은 글렌글라사 증류소 인수 후 레이첼 베리에게 증류소 재건을 맡겼고, 최근 출시된 글렌글라사 3종이 그 결과물이다. 레이첼 베리는 여성의 섬세함을 살려 다양한 풍미를 위스키에 입히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과거 몸담았던 글렌모렌지, 아드벡 등이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녀의 차별화된 결과물들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좌측부터)글렌글라사 포트소이, 12년,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좌측부터)글렌글라사 포트소이, 12년,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좌측부터)글렌글라사 포트소이, 12년,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좌측부터)글렌글라사 포트소이, 12년,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레이첼 베리가 리뉴얼해 내놓은 글렌글라사 3종 ▲포트소이 ▲샌드엔드 ▲12년을 시음하고 평가했다.

글렌글라사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가에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보전하고 있다. 해안가 주변 증류소가 그러하듯 글렌글라사 위스키 3종은 피트(이탄)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특성이 있다. 피트는 석탄이 되기 전 단계인 ‘이탄’을 의미하며 주로 해안가 습지에서 식물들이 썩지 않고 퇴적해서 만들어진다. 이탄은 건조 시키면 난방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특성이 있다.

피트 위스키란 무엇인가, 이탄 태우는 훈연 과정 ‘소독약’ 냄새 등 특유의 향 생겨
피트 위스키는 위스키의 주재료인 몰트(보리)를 건조 시킬 때, 이탄을 태워 발생한 연기로 건조한 과정을 거친 제품을 뜻한다. 이탄이 탈 때 발생하는 독특한 향이 몰트에 훈연 되면서 독창적인 풍미가 완성된다. 이에 따라 피트 위스키는 스모키한 훈연향 또는 해초·소독약과 비슷한 짭짤한 요오드 향, 흙냄새 등이 난다. 특이한 향취로 인해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지만, 매력에 빠져든 사람들은 피트 위스키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글렌글라사 포트소이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글라사 포트소이 싱글몰트 위스키.
포트소이는 3가지 라인업 중 피트향이 가장 강한 편이다. 포트소이라는 작명은 글렌글라사 증류소 인근 해안가 항구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피트향과 바다 소금의 짭짤한 풍미, 열대 과일의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글렌글라사 3종 중 가장 취향에 맞았던 위스키로 49.4도에 달하는 고도수임에도 알코올이 코를 찌르는 자극이 없으며, 향긋하고 다채로운 향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제품이었다.

기분 좋은 피트향과 달콤한 바닐라 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목 넘김이 훌륭한 것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만족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글렌글라사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글라사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샌드엔드는 국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글렌글라사 위스키로 바닐라와 캐러멜, 파인애플의 달콤한 향이 복합적으로 나는 제품이다. 피트향도 미세하게 포함돼 있다. 달콤한 향과 상반되게 알코올 도수는 50.5도에 달해 위스키를 삼킬 때 목에서 강렬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고도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알코올 향이 없다는 점이 인기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달콤한 고도수 싱글몰트 위스키는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샌드엔드 위스키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샌드엔드 위스키는 2024년 글로벌 주류 품평회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페티션(SWSC)’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우수성을 인증받기도 했다.

글렌글라사 12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글라사 12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글라사 12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글라사 12년 싱글몰트 위스키.
12년 제품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맛을 보여주며, 알코올도수는 45도이다. 포트소이, 샌드엔드처럼 명확한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글렌글라사의 풍미를 균형감 있게 선보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글렌글라사는 12년 위스키에 대해 살구와 무화과 등 과일의 달콤함과 해안 공기의 신선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실제 향을 맡아보면 알코올 향이 코를 찔러 불쾌함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통상 완성도가 높은 위스키는 도수가 높더라도 자극적인 알코올 향이 느껴지는 경우가 적은데, 12년 제품은 후각 자극이 높은 편이었다.

병 디자인까지 심사숙고… 위스키 마니아들 잡겠다는 ‘고도의 전략’ 추진
한편 글렌글렌사 위스키 병의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민트색으로 칠한 나무와 하단 코르크를 결합해 만든 뚜껑은 기존에 보지 못한 색다른 형태로 시선을 끄는 독특함이 있다. 뚜껑 아래로 이어지는 유리 디자인도 파도를 형상한 듯 사선으로 볼륨을 넣었으며 이 또한 이색적이다. 글랜글라사는 병 디자인까지 차별화하면서 영리하게 위스키 마니아들을 공략해 나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포트소이, 샌드엔드, 12년 제품 모두 시중에서 10만 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다. 위스키의 맛과 풍미 등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위스키 마니아들의 경우 샌드엔드 제품을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렌글라사 증류소는 1875년 최초로 문을 연 이후 경영 악화로 상당 기간 문을 닫았다가 2008년 재가동하며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운영을 중단했던 기간에는 위스키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전에 남아있던 올드 캐스크(위스키를 숙성 중인 나무통) 일부를 제외하면 위스키 보유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2008년 이후 증류를 다시 시작한 개념인데, 현재 기준으로 글렌글라사가 대중적으로 출시 가능한 고연산 위스키는 15년 정도 숙성된 제품이다.

글렌글라사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글라사 샌드엔드 싱글몰트 위스키.
현재 판매 중인 포트소이와 샌드엔드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레이첼 베리가 증류소 내에서 맛있는 캐스크를 찾아다니며 선별해 위스키를 출시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녀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킨 제품만 상품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글렌글라사 15년’ 위스키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48년 이상 고숙성된 초고가 제품 나올 듯… ‘이원화 전략’ 가동
브라운포맨은 글렌글라사 3종을 시작으로, 48년 이상 숙성된 캐스크 컬렉션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통상 50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는 5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데, 글렌글라사 고숙성 위스키도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기본 라인업 3종과 최고가 위스키를 병행 출시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정민 한국브라운포맨 마케팅 상무는 “샌드엔드 만의 해안 숙성과 풍부한 열대 과일의 풍미를 담은 글렌글라사는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리뉴얼 출시가 글렌글라사의 매력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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