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내수·수출 등 경기 전망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년 10개월 연속 부정 경기 전망이 우세하며 1975년 조사를 시작한 뒤 최장기 부진을 기록했다. 자국 중심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비상계엄·탄핵정국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전망치가 84.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달 전망치(97.3) 대비 12.7포인트나 떨어지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던 2020년 4월(25.1포인트 하락)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2022년 4월(99.1) 이후 2년 1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하며 1975년 1월 조사가 시작된 뒤 최장기 부진 기록을 세웠다. 이달 전망까지 33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기록하며 2018년 6월~2021년 2월과 동률이었으나 다음달 전망도 기준선을 하회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전망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BSI는 올 3월(100.5) 기준선을 턱걸이한 뒤 4월(98.4)부터 10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보였다. 10개 업종 중 전자 및 통신장비(105.3), 의약품(100.0)을 제외한 8개 업종의 부정 전망이 우세했다. 비제조업은 이달(105.1) 긍정 전망을 보인지 한달만에 20.2포인트가 급락했다. 7개 업종 중 운수 및 창고(103.8), 전기·가스·수도(100), 여가·숙박 및 외식(100)을 제외한 4개 업종 업황 악화가 전망됐다.
또 내수(88.6), 수출(90.2), 투자(89.4) 모두 부진할 전망이다. 올 7월 이후 7개월 연속 내수, 수출, 투자가 동반 부진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 전망은 2020년 9월(88.0) 이후 52개월 만에 최저, 수출 전망은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다. 투자는 지난해 4월(88.6)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다.
유통 산업은 내년 연간으로 전망을 확대해도 부진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들은 내년 소매시장이 올해 대비 0.4%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저치다.
유통업체 세 곳 중 두 곳(66.3%) 꼴로 내년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 전망의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3.8%·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증가(38.2%), 시장경쟁 심화(34.2%)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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