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종료 두 달 전 해지 의사 통보… 문자, 전화 녹음 등 기록 남겨야
소액 임차인은 최우선 변제금 보호
보증금-금액 기준 지역마다 달라
피해주택 ‘셀프 낙찰’은 신중해야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26일 기준 2만5578명입니다. 이 가운데 26%는 40세 이상이었습니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만 전세사기를 당한 게 아니었던 겁니다. 이번 주 부동산 빨간펜은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Q. 전세사기 피해가 의심될 때 먼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계약 종료 2개월 전까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해지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 상태가 됩니다. 묵시적 갱신 상태여도 세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지 의사를 통보한 시점부터 3개월이 지나야 그 효력이 생깁니다. 그만큼 보증금 회수가 늦어지는 거죠. 해지 의사 전달 시에는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문자나 전화 녹음도 가능하지만 확실하게 하려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게 좋습니다.”
Q. 해지 의사를 전달하고 싶은데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시 송달 제도를 이용하면 됩니다. 공시 송달은 상대방 주소를 알 수 없거나 고의로 서류를 받지 않는 경우 법원이 정한 절차를 따르면 상대방이 서류를 수령했다고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세입자가 공시 송달을 활용하면 집주인이 나중에 ‘계약 해지 의사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잡아떼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거죠. 공시 송달은 대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는데 소송해야 하나요.
“계약 시 자신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반환보증)을 가입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주는 보험 상품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3곳에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보증기관에 반환보증 이행을 청구하면 됩니다. ”
Q. 반환보증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신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소액 임차인’인지 확인해 보세요. 대항력을 갖춘 소액 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근저당이나 압류 등 다른 권리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돌려받는 보증금은 ‘최우선 변제금’ 이내입니다.
소액 임차인 기준과 최우선 변제금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서울의 소액 임차인은 보증금 1억6000만 원 이하, 최우선 변제금은 5500만 원입니다. 경기와 인천 및 세종의 소액 임차인은 보증금 1억4500만 원 이하, 최우선 변제금은 4800만 원입니다. △경기 외곽 지역과 지방 광역시는 보증금 8500만 원 이하(2800만 원) △나머지 지역은 보증금 7500만 원 이하(2500만 원)입니다.”
Q.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는데 이사를 가야 하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요.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으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이 효력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함부로 이사하면 안 됩니다. 이사가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임차권 등기를 해둬야 합니다. 임차권 등기를 한 뒤에는 이사를 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효력이 유지됩니다.”
Q. 경매로 보증금을 회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경매 신청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급 명령 제도를 이용하는 겁니다. 지급 명령은 법원이 집주인에게 돈을 돌려주라는 명령을 공식적으로 보내는 겁니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서류를 집주인한테 보내는 비용은 6만 원 수준으로 소송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하지만 서류가 집주인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집주인이 지급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면 소송을 통해 경매 신청 자격을 확보해야 합니다.”
Q.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세입자라면 전셋집이 경매에서 낙찰만 된다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낙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입자가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는 방법도 고려할 순 있지만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셀프 낙찰 받은 주택을 나중에 보증금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야 피해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면 셀프 낙찰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Q.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부터 저리 대출,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자 대신 경매에 참여해 피해 주택을 감정가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은 뒤 피해자들에게 10년간 무상 임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로 인정받거나, HUG의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관리시스템, HUG의 안심전세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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