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서면서 주요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강달러=수출 호재’ 공식도 깨졌다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 민감도가 커지면서 강달러가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해외 투자 비용 급등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가전·전자제품의 경우 원가 상승 직격탄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두뇌 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미국 퀄컴에서 구매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AP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원재료 매입 비용 전체 중 17.1%를 차지한다. 기존 AP 가격 인상 추세에 더해 고환율 비용까지 추가로 떠안게 된 것이다. LG전자 TV 및 가전제품도 달러로 매입하는 패널, 철판 등 원자재 비용이 강달러로 올라가게 됐다.
미국 현지에 대거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현지 장비와 인건비 등을 비롯해 진출 비용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달러화 부채 비중이 높은 경우 고통은 가중된다. 9월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부채는 6조8000억 원, SK온은 3조4000억 원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기준 4조4000억 원의 달러 부채를 공시했다.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카카오, 밀가루 등 수입해 들여오는 원재료의 가격이 2년 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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