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패권 경쟁 시작… 올해 관련 종목 1778% 뛰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03시 00분


구글-IBM-아마존 등 개발 속도… 중국은 보조금 22조 원 넘게 뿌려
‘퀀텀컴퓨팅’ 주가 이달 140% 급등… 국내 첫 ETF 상장 5분 만에 완판
개인투자자가 179억 원 어치 매수… “바스켓 투자로 변동성에 대응해야”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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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게임체인저’에 자금 몰려

양자컴퓨팅이 인공지능(AI)에 이어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자컴퓨팅을 둘러싼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한편 시장에는 투자 자금이 급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양자컴퓨팅, 빅테크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 시간) “양자컴퓨팅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며 “기업들은 양자 알고리즘을 기계에 적용하고 있고 특히 AI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업체들은 양자컴퓨팅 개발에 더 속도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양자컴퓨터란 양자역학을 이용해 문제를 처리하는 컴퓨터로 0과 1로만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인 ‘큐비트’를 활용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35년까지 양자컴퓨팅 시장이 1조3000억 달러(약 19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컴퓨팅이 빅테크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경쟁은 격화되기 시작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구글은 105개의 큐비트를 가진 ‘윌로’ 칩을 탑재한 양자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 년 걸리는 연산을 5분 만에 풀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윌로는 성능뿐 아니라 오류 가능성도 줄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IBM은 지난달 신형 양자칩 ‘퀀텀 헤론’을 공개했다. 2021년 출시된 127큐비트급 제품과 비교해 동일 연산 작업 시간을 112시간에서 2.2시간으로 대폭 단축했다. 아마존도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기업들의 양자컴퓨팅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한 새로운 자문 프로그램인 ‘퀀텀 엠바크’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가 더욱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자컴퓨팅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AI만큼이나 중요한 기술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양자 연구를 위해 152억 달러(약 22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구글이 윌로를 공개한 지 일주일 뒤 자체 개발한 양자칩인 ‘주총즈 3.0’을 사전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에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양자컴퓨팅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 등에 대한 대중 투자를 금지할 방침이다.

●관련 종목 1년 새 1000% 넘게 뛰어… 투자 수요 ‘폭발’

양자컴퓨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4일 기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퀀텀컴퓨팅 주가는 연초 이후 1778.6% 치솟았고 이달 들어서만 140% 넘게 올랐다. 또 다른 양자컴퓨팅 관련주인 D-웨이브 퀀텀과 아이온큐는 올 들어 각각 803.4%, 259.8% 급등했다.

양자컴퓨팅이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2개의 양자컴퓨팅 관련주로 구성된 ‘디파이언스 퀀텀 ETF’(QTUM)에는 12월에만 2억5000만 달러(약 3648억 원)가 유입되면서 2018년 상장 이후 월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양자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17일 출시한 ‘KOSEF 미국양자컴퓨팅 ETF’는 상장 5분 만에 초기 상장 물량 75만 주(약 75억 원 규모)를 모두 소진해 완판됐다. 해당 ETF는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된 양자컴퓨팅 ETF로 상장 첫날 개인투자자가 179억 원어치를 사들여 국내 상장 ETF 930개 가운데 개인투자자 순매수액 2위에 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온큐 주식 3분의 1은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아이온큐 주식 규모는 25억4508만 달러(약 3조6995억 원)에 이르는데 이는 아이온큐 시총의 31.15% 규모다.

●기술 불확실성, 보안 우려 여전… “변동성 주의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낮은 정확도는 양자컴퓨팅 기술 상용화의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오류율이 최대 1%에 달하며 큐비트 수가 많아질수록 오류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양자컴퓨터의 오류를 줄이려면 초저온(영하 273도)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데 초저온 냉각 장비는 한 개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글은 윌로가 큐비트를 추가할수록 오류율이 절반씩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기술 상용화를 위해선 초저온 냉각 시스템 유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금융, 군사 영역의 보안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커들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암호를 해독해 정보를 빼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미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는 이 같은 해킹이 현실화될 경우 가상자산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3조 달러(약 4400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누군가 양자컴퓨터에 대한 해킹 개발 능력을 갖추고 가상자산에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폭발을 기다리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비트코인은 구글이 윌로를 공개한 다음 날 약 3000달러(약 436만 원)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암호 해독이 현실화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과학자들끼리도 합의가 끝나지 않았고 직관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개념인데도 투자자들은 이미 수용하고 있다”며 “개별 양자 기업들의 연율화 변동성은 90%로 고위험성으로 알려진 원유나 크립토 투자보다도 위험하기 때문에 ETF를 활용한 바스켓 투자로 변동성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money&life#기업#양자컴퓨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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