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태영건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공공공사에 이어 재개발 사업까지 수주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이 1년간 알짜 계열사와 자산 등을 매각해 마련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3년인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감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PF 사업장 59곳의 구조조정 결과가 최대 변수라는 전망이 많다.
●공공 공사 이어 민간 재개발 사업 수주
29일 태영건설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달 21일 경기 의정부 장암6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의정부 산곡동 351-8번지 일대에 6개 동(지하 2층~28층) 329채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1280억 원이다. 지난해 12월 28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수주한 첫 정비사업이다. 태영건설은 앞서 올해 4월 1492억 원 규모 ‘서산~영덕선 대산~당진 고속도로 3공구’ 사업을 따냈다. 이어 경기 광명시 자원회수시설(599억 원), 경기 포천시 하수관로정비사업(415억 원) 등을 수주했지만 모두 공공이 발주한 사업들이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의정부 재개발 수주는 민간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주 성과에는 태영건설이 정상화 수순을 밞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당시 KBD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을 모두 이행한 상태다. 자구안은 태영그룹 물류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환경 분야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 추진 △골프장 운영 계열사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양곡화물 보관 계열사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태영인더스트리와 평택싸이로를 동시에 조건부 매각하기로 했다. 7월에는 블루원 소유 골프장을 모두 매각했고, 에코비트는 올해 8월 사모펀드(PEF) IMM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빌딩 사옥을 매각한 데 이어 경기 광명시 태영건설 소유 호텔 매각도 추진 중이다.
● 자본잠식 벗어났지만 부채비율 여전히 높아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로 태영건설 재무 상태는 워크아웃 당시보다 나아졌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자본 총액은 ―5617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서 올 3월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올해 상반기(1~6월) 자본 잠식을 해소하면서 10월에는 주식 거래도 재개됐고 9월 말 기준 태영건설 자본은 5733억 원으로 늘었다.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154%에서 올해 747%로 개선됐지만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 상태가 위험하다고 보는 만큼 아직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선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는 위기의 근본 원인인 PF 사업장의 구조조정 성과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태영건설이 맡은 PF 사업장은 9월 말 기준 59곳으로 현재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구조조정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PF 사업장 수습 여부가 워크아웃 졸업 이후 경영 정상화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침체된 분양 시장이 살아날지가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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