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비행에 많이 쓰는 ‘보잉737-800’… 국내 101대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9일 17시 10분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현장에서 119소방관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9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단거리 비행의 대표’로 꼽히는 보잉737-800 기종으로 국내 항공사에서 101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적으로 6시간 이하 단거리 비행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기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주항공이 기체 관리를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 측에서는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보잉737-800 항공기는 총 101대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사고 항공기는 2009년 9월 제작됐다. 기령(비행기 나이)이 약 15년 정도로 오래되지는 않았다. 제주항공은 중고 기체를 2017년 2월 임차 방식으로 도입해 운영해 왔다. 다만 1997년 제작이 시작된 보잉737-800은 현재 단종된 상태라 글로벌 항공사들은 점차 최신 기종으로 바꿔가던 추세였다.

제주항공 역시 기존 보잉737-800 기종을 차세대 보잉737-8 기종으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2018년 11월 보잉사와 보잉737-8 기종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미 보잉737-8 두 대를 도입한 바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보잉737-800이 매우 안정성 높은 기체라고 평가하지만 그동안 대형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132명을 태운 중국 동방항공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가 8000m 상공에서 수직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기체 손상으로 추정됐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2020년에는 조종사 실수로 에어인디아의 보잉737-800이 인도 케랄라주에서 추락해 2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항공기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법상 국적사 과징금 처분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제주항공이 납부한 과징금은 37억3800만 원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 제주항공이 가장 많은 액수를 냈다.

사전 징후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고가 나기 이틀 전인 27일 제주항공 7C2216편을 이용한 한 승객이 “시동이 몇 차례 꺼져 불안해 승무원에게 이야기했다”고 밝힌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22년에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조류충돌로 인한 엔진 사고로 회항한 사건이 또다시 지적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737-800은 오랜 기간 글로벌 항공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모델 자체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해당 모델을 운행하고 있는 각 항공사에서 기체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무안~방콕 간 운항을 중지했다가 다시 재개한 지 한 달도 안 돼 사고가 발생한 점도 주목된다.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돌발 상황까지 발생해 상황을 더 키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8일부터 전남 무안과 태국 방콕을 오가는 국제선 운영을 재개했다. 운항 21일 만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비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고 이 (사고) 항공기에 이상이 있었던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2년 간사이 공항 사건’과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것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말했다.

#단거리 비행#항공기#보잉737-800#국내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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