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실행력… 드롭아웃 창업자, 디지털제국 세웠다[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1일 15시 30분


‘SNS 제국’ 세운 마크 저커버그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세상을 바꾼 가장 성공한 창업자들 중에서도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가진 부류를 꼽자면, 바로 ‘드롭아웃(Dropout·대학 중퇴) 창업자’들일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극적이고 매력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문대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아탑에 갇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가장 성공한 창업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미국의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리드대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중퇴하고 애플을 창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한 빌 게이츠 역시 하버드대에 입학해 3학기를 다니다 중퇴한 뒤,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오늘 소개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는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를 2년간 다니다 페이스북 경영에 전념하고자 대학을 중퇴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글로벌 소셜미디어의 선두주자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지 13년 만인 2017년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졸업식에 초청돼 축사를 하며 명예 학위를 수여받았다. 금의환향한 그는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제가 결코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루어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연설을 끝마친다면, 하버드대에서 무언가를 처음으로 끝내는 순간이 될 겁니다.”


페이스북 산실은 하버드대 기숙사


저커버그는 대학 중퇴라는 결단으로 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제국을 건설한, 드롭아웃 창업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대학을 떠나게 한 창업 아이템이 바로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2004년 그는 하버드대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페이스북의 초기 목표는 하버드대 학생들이 서로의 프로필을 공유하고, 친구로 추가하며,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기본 구조는 하버드대 학생 연감(Yearbook)을 디지털화한 형태로, 대학 내에서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이 서비스는 하버드대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었고 이후 스탠퍼드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며 점차 글로벌 소셜미디어로 발전했다.

페이스북이 대학에서 보여준 성공은 저커버그에게 자신의 비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페이스북에 전념하기로 결단했다. 하버드라는 엘리트 교육의 상징을 떠난 그의 선택은 그를 드롭아웃 창업자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가 대학을 떠난 후 페이스북은 단순한 대학생 네트워크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로 성장했다.

오늘날 그의 회사이자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메타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30억 명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약 2223조 원으로, 저커버그는 세계 3위 부호가 됐다.

신산업에서 빛 발하는 드롭아웃 창업자

저커버그의 성공은 드롭아웃 창업자가 갖는 독특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드롭아웃 창업자는 새롭게 열리는 산업에서 빛을 발한다. 전통 산업에서는 이미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기존 플레이어들이 유리하다. 즉, 해당 산업을 대학에서 전공하고, 산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창업가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의 인터넷, 2000년대 후반의 스마트폰, 그리고 현재의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산업처럼 기술 혁신으로 인해 새롭게 열리는 산업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의적인 관점과 빠른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드롭아웃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 잡스가 애플을, 게이츠가 MS를 창업했을 때는 PC가 새롭게 출현한 시기였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했던 2004년은 소셜미디어라는 개념이 막 싹트던 때였다.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던 그때, 저커버그는 소셜미디어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냈다. 기존 산업에서는 경험과 경력이 부족한 대학생 창업자가 경쟁하기 어려웠겠지만,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는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실행력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드롭아웃 창업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유리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은 경험이 부족한 대신 오히려 기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 덕분에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젊음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실천한다.

저커버그는 여기에 딱 맞는 사례다. 그는 실행을 우선시했다. 초기 페이스북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빠르게 배포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히 부수어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라는 저커버그의 철학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그는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했으며, 안정적인 학업과 경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비전을 믿고 실행에 옮겼다.

페이스북 이후의 세계: 메타버스

물론, 저커버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 허위정보 유포, 독점 논란 등 다양한 문제와 맞닥뜨렸다. 그러나 그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페이스북을 메타로 변신시키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메타버스의 목표는 단순히 현재의 소셜미디어를 단순 확장하는 게 아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상호작용의 장을 만드려는 그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는 단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일하며 노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이라고 했다. 단순한 사업적 시도가 아닌, 기술과 인간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는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다음 단계”라 정의하며, 디지털 경험의 패러다임을 재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AI,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메타버스와 결합해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많은 도전을 요하는 이 프로젝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저커버그의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그는 메타버스를 통해 소셜미디어 시대를 넘어, 디지털 혁명의 다음 장을 열고자 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 창업가들에게 제언

드롭아웃 창업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학 재학생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다. 필자 역시 서울대 연합전공 벤처경영학과 주임교수로서, 학생들의 열정과 기민함을 지켜보며 이들이 한국 경제를 책임질 창업가로 성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드라마틱한 영웅담이 대학생들의 경로 선택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물론 학생들이 필자에게 조언을 구할 때, 필자는 창업을 하나의 훌륭한 선택지로 추천한다. 창업에는 실패의 위험이 존재하는 동시에,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정체된 한국 경제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드롭아웃 창업자가 성공할 확률은 대졸 창업자보다 훨씬 낮다. 대학에서 쌓은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는 창업의 중요한 자본이 된다.

따라서 필자는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대학 졸업 후 최소 1∼2년 동안 스타트업 기업에 몸담아 스타트업 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이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산업 분야의 기업에서 해당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쌓은 뒤 창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저커버그의 이야기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그의 성공은 단순히 대학을 중퇴했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이 열리는 시점을 인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빠른 실행,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강력한 비전을 실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AI라는 범용적인 혁신 기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I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만약 한국의 대학생들이 바로 창업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이 기술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을 기존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 주길 바란다.


#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마크 저커버그#드롭아웃#창업#메타버스#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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