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
트럼프 강달러 정책도 악영향
물가 상승-기업 수익 악화 우려
KDI “환율 방어하다 위기 올수도”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 평균 환율이 1400원에 육박했다. 새해에도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수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 우려는 더욱 커졌다.
● 4분기 평균 금리 1400원 육박…기업 수익성 타격 예상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98.75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1472.5원으로, 1997년 외환 위기(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으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안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내 정치 불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까지 고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5곳(BNP파리바, JP모건,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 웰스파고, 씨티)의 올해 1분기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이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 전망치 중간값(1315원)보다 120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IB의 올해 2분기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40원, 3분기는 1445원이다. 특히 노무라는 올해 2분기 말까지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은 뒤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면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정책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KDI “환율 방어하다 외환위기 올 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환율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내수 침체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환율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 대다수인 만큼, 달러 등 외화 빚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수익성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화 빚 부담이 큰 에너지 기업이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및 건설 기업들의 경우 연말 환율 급등으로 인해 회계상 실적이 많이 감소할 수 있다”며 “올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추가적인 실적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12월 기자설명회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단호하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책 기관들은 외환 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대규모·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대외 신인도 약화 우려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거 다수의 신흥국에서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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