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작년 한은서 173조원 빌려… 1년새 47% 쑥, “세수 부족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03시 00분


세금 덜 걷히자 84차례 손 내밀어
일시차입 규모 2011년이후 최대
이자도 역대 최대, 2092억 달해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170조 원 넘게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대비 무려 47%나 급증한 규모로 관련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정부가 한은의 ‘마이너스 통장(일시 차입)’ 의존도를 높일 만큼 세수 부족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한 해 한은에서 총 173조 원을 84차례에 걸쳐 일시 차입했다. 연간 누적 대출 규모로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액수다. 직전 최대치인 2023년의 117조6000억 원보다도 47% 불어났다. 차입 횟수 역시 2023년(64회)보다 20차례 더 많았다.

한은의 대(對)정부 일시 대출은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자금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활용하는 임시방편이다. 연간 누적 대출액은 2019년 36조5072억 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한 2020년 102조9130억 원으로 큰 폭 증가한 바 있다. 이어 2021년 7조6130억 원, 2022년 34조2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2023년 117조6000억 원으로 다시 급증세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만 10차례에 걸쳐 15조4000억 원을 일시 차입했고,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에도 2조5000억 원씩 5조 원을 추가로 빌렸다. 지난해 빌린 173조 원 중 1조 원은 아직 갚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도 2092억 원에 달한다.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로, 2023년 연간 이자액(1506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의 차입이 늘어난 것은 기업 실적 부진과 경기 둔화 등으로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11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315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5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세입예산 대비 진도율은 86.0%로 집계됐다. 정부가 예상한 국세 수입(367조3000억 원)의 86%가량을 걷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저조한 기업 실적으로 법인세(60조2000억 원)가 1년 전보다 17조8000억 원 덜 걷힌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임 의원은 “일시 차입이 감세 정책과 경기 둔화로 인해 만성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 수단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일시차입#세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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