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텃밭’ 고성능 D램 넘보는 中… DDR5마저 공습, 가격하락 촉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03시 00분


구형 D램만 양산 평가받던 中업체
정부 지원-내수 수요 업고 시장 확장
“DDR5 수준 떨어지지만 경쟁력 박차
韓, HBM 기술 강화로 격차 벌려야”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지원 및 자국 기업의 수요를 등에 업고 빠르게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동안 구형 D램만 양산한다고 평가받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한국의 ‘텃밭’인 고성능 반도체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의 부상은 최근 구형 제품 중심으로 가격 하락을 이끌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급 이상의 시장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D램 업체와 PC 제조사 간에 맺은 공급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5∼10% 하락했다. 특히 구형 메모리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8Gb 가격 하락 폭이 컸는데 7월 2.1달러에서 12월 1.35달러로 35.7% 떨어졌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작년 4분기 대비 8∼13%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 내놨던 예상치보다 하락 폭이 3%포인트 확대됐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세는 경기 침체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자립을 꾀하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물량 확대까지 겹치며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스마트폰, PC 수요 위축과 함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공급 확대 등으로 국내 업체들의 메모리 생산량이 기존 예상에 못 미쳤을 것”이라며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중국 업체의 물량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우려 등으로 범용 반도체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CXMT는 중국 D램 1등 업체다.

문제는 구형인 DDR4뿐만 아니라 이보다 고성능인 DDR5까지도 약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1분기 PC, 모바일, 서버 가릴 것 없이 모두 전 분기 대비 3∼1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그동안 줄곧 강세를 보였던 서버용 DDR5가 지난해 4분기 3∼8% 가격이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그동안 DDR4 중심으로 양산했던 중국 기업들이 DDR5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한 영향이 크다. CXMT는 작년 말부터 DDR5 양산에 돌입했는데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수율(정상품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준에 근접한 수치로, 다만 제품의 성능은 DDR5 가운데서도 국내 기업들의 4∼5년 전 수준인 1세대급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DDR5는 아직 수준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이 훨씬 커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도 “하지만 손실을 보고 팔더라도 중국 정부가 지원해주는 데다 자국 테크 업체들의 수요가 뒷받침돼 계속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최신 전망치는 3개월 전보다 13.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DDR5까지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반도체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성능 D램#중국#DDR5#가격하락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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