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 유치” 공약까지…한남 4구역 수주전 과열 이유는 [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13시 53분


한강뷰·일반분양 많아 매력적
국내 시공능력 1·2위 맞붙어
“분담금 4년 연장” vs “책임준공”
‘제 살 깎기’ 공약 지적도
‘비방전’ 벌이며 수주전 과열

이축복 산업2부 기자
이축복 산업2부 기자
이달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조합 총회가 열립니다. 이날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데요.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단체에서 조합원 자택으로 특정 시공사를 지지하는 우편물을 보내자, 조합에서 업무 방해라며 이를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죠. 이번 주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한남4구역 수주전 어떤 곳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Q. 한남4구역 재개발은 어떤 사업인가요?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여 ㎡를 재개발하는 사업입니다. 노후 주택을 헐고 도로, 공원 등을 새로 내 총 51개 동(지하 7층 ~ 지상 22층), 2331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남뉴타운 중에서 일반 분양이 많고 한강뷰를 확보할 수 있어 수주 매력도가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주에 나선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2곳입니다. 지난해 기준 시공 능력 평가 1, 2위가 다투는 것이죠. 두 회사가 서울 정비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건 2007년 서울 동작구 이수동 정금마을 재건축(현 이수힐스테이트) 이후 18년 만입니다.”

한남4구역 재개발 개요

위치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대지 면적
약 16만 ㎡
규모
51개 동(지하 7층 ~ 지상 22층) 2331채
공사비
1조5723억 원(3.3㎡당 940만 원)

자료: 한남4구역 조합

Q. 두 건설사가 한남4구역을 수주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사비 규모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합에서 책정한 공사비는 1조5723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시공사를 정한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이보다 공사비가 많은 곳은 한 곳뿐이었습니다.

한남뉴타운 내 마지막 퍼즐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한남뉴타운은 5개 구역인데 1구역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습니다. 2구역은 대우건설, 3구역은 현대건설이 수주했습니다. 5구역에는 DL이앤씨만 단독 입찰해 수의 계약 가능성이 높습니다. 4구역을 빼면 이미 시공사가 선정됐거나 사실상 확정된 것이죠. 삼성물산은 4구역 수주로 한남뉴타운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3구역에 이어 4구역까지 수주해 ‘디에이치 타운’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Q. 두 회사가 제안한 설계안은 무엇이 다른가요?

“삼성물산이 제안한 단지명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입니다. 단지 내 10채 중 7채는 한강뷰를 볼 수 있도록 해 일반분양을 고려하더라도 조합원 1166명 전원이 한강을 조망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설계사인 ‘유엔스튜디오’와 손잡고 한강변과 가까운 곳에 짓는 아파트를 원형으로 짓는 특화 설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현대건설은 곡선형 단지인 ‘디에이치 한강’을 제안했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가 세운 회사와 손잡고 만든 설계안입니다. 한강 물결과 남산 능선을 형상화하기 위해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사용할 예정이죠. 동 수를 51개에서 29개로 줄여 동간 거리를 넓히고 오르막 지형을 활용해 계단식 대지를 넓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대치동 학원 유치’ 공약까지 나왔습니다. 삼성물산은 단지 내 상업시설에 입점할 브랜드 80곳과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는 대치동 유명 학원인 ‘청담어학원’과 영어 유치원 ‘아이가르텐’이 포함된 겁니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한남4구역 ‘글로우힐즈 한남’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Q. 수주 경쟁이 ‘제 살 깎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회사가 내건 사업 조건이 파격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은 착공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중 최대 314억 원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사비가 1000억 원 늘어나면 조합은 314억 원을 제외한 686억 원만 부담하는 것이죠. 최저 이주비는 12억 원까지 보장하고 분담금 발생 시 입주 후 최대 4년까지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이에 맞서 공사비 1조4855억 원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1조5695억 원보다 840억 원 낮고,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보다 868억 원 낮습니다. 정해진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책임준공확약서를 내는 동시에 △금융비용 최소화 △공사 기간 단축 등을 제시했습니다. 두 회사의 공약을 종합하면 조합원 1명당 보장하는 이익이 삼성물산은 2억5000만 원, 현대건설은 1억9000만 원입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한남4구역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제안한 한남4구역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Q. 수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요?

“지난해 12월 23일 열린 1차 합동 설명회부터 파열음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삼성물산 측은 현장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구호에 속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띄웠습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를 두고 “나쁘니까 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에 맞서 현대건설 측은 삼성물산의 조합원 100% 한강 조망 공약에 대해 “허위 과장 홍보”라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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