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전망치 하회 가능성에 무게
탄핵·무안참사·관세전쟁 등 리스크에 0.5%p 추가 하향도
고환율 장기화에 저물가 위협…수출기업도 어려워질 것
손에 잡히는 정책도 없어…임팩트 있는 추가 대책 절실
용윤신 임하은 기자 =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경제전문가 대다수는 정부 전망치 하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2기 트럼프 정부 출범, 미-중 관세전쟁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 탄핵 정국의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리스크가 경제를 집어 삼키는 모습이다.
정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2.1%)보다 둔화한 1.8%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 1.9%, 한국개발연구원(KDI)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등이 제시한 성장률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통상 정부는 정책 효과 등을 고려해 여타 기관보다 0.1~0.2%포인트(p) 높게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부터 이어지는 정치·경제 불안, 예상보다 더딘 내수회복 속도 등을 고려해 오히려 눈높이를 낮췄다.
◆1.8% 성장도 ‘낙관적’…0.5%p 하향 조정도 각오해야
문제는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전문가 대다수는 정부가 제시한 1.8%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는 정국이 조기 정상화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지금의 정국 불안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기업은 투자결정을 뒤로 미루고 소비자들은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며 “경기 하강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라면 성장률은 1.8%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발표가 한국의 명줄을 쥐고 있고 세계경제가 영향을 받으니 0.5%p 하락까지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1.5%까지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외부에서 한국의 정치·경제 불안정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성장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이제 장기불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기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또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생산·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간 수출을 주도한 자동차가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고 반도체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등이 경쟁에 가세하면서 예전과 같이 수출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비상계엄 사태의 엄밀한 경제 영향이나 연말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 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예측”이라며 “1.8%도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치”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석 연구실장은 “탄핵정국과 무안참사 등 영향으로 기업들의 골프회동, 축제성 이벤트나 혹은 행사, 대규모 회식 등을 절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총수요는 정부 예상보다 더 감소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 장기화에 물가 위협·수출기업도 어려워질 것”
1500원을 넘보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우리나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광석 실장은 “IMF, 금융위기 당시에는 단기간에 고점을 찍고 급락했지만 현재 강달러는 장기 추세 ‘뉴노멀’이 되고 있는 만큼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수입기업뿐만 아니라 수출기업도 약(弱)달러 환경에서 비축해 둔 재고가 다 소진되고 나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실장은 “장기적으로 강달러가 계속되면 2~3개월의 격차를 두고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한국은행은 경기국면에 맞는 적절한 통화정책 스탠스를 만들어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석진 교수는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국내자산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헤지(hedge·위험분산)가 잘 되지 않는 투자처는 정리하면서 환율이 다시 뛰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방식으로 오르기 때문에 무역이나 투자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직접투자 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투자규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200조원이 넘었던 외국환평형기금을 올해 140조원으로 편성하면서 환율 대응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기금이 동원되는 가운데 고환율이 지속되면 국민들의 노후소득 마저 녹아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에 잡히는 정책 안보여…추경 통해 재정 본격적 역할 해야”
김우철 교수는 이번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경제가 나쁜 것이 비해 손에 잡히는 정책은 일부뿐”이라며 “공공부문 가용재원 18조원을 통한 경기보강을 가장 강조한 것 같은데 이는 감액예산에 대한 충격을 배제할 뿐 그 이상의 효과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중심의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외국인 관광 활성화 하겠다고 했지만 정국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관광은 공염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진작을 위한 실효적 방안은 약간의 재정확대와 세제만으로는 어려운 사실상의 한계 상태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3조~4조원의 재정확대로는 어림도 없고 획기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또 다른 대응방안이 필요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정이 본격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거시경제도 하방위험이 있지만 재정운영에도 하방방위험이 상당하다”며 “1년 가량의 시차를 둔 세입확충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정희 교수는 “경기가 안좋으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영역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인데 더이상 무너지면 감당이 안될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전환하거나 일자리가 생겨서 근로소득 기회가 있을 때 폐업을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착륙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교수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혼란스러운 탄핵국면이 마무리 되고 최상목 대행 체제가 조기대선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국경제를 생각해 최상목 권한대행이 최선의 결정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호평했다.
다만 우 교수는 “내용이 부실한 경제정책방향을 발효하는 것 보다는 여·야·정 협의체 등에서 합의된 의견을 받아서 임팩트 있는 정책을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회의 지지가 있는 정책을 몇가지라도 넣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