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져 나온 가운데 3일부터 은행·금융지주사 내 ‘책무구조도’가 본격 가동됨으로써 내부통제가 한층 강화된다. 금융사들은 검사 출신을 영입해 내부통제를 맡기거나, 임원 인사 평가 항목에 내부통제 지표를 설정하는 등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은행·금융지주회사 63곳에 대한 책무구조도 제출 시한이 이날로 마감됐다. 지난해 7월 개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라 은행·금융지주회사들은 대표이사와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구체적 책무를 지정한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이제 본인 책무와 관련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임원이나 직원은 당국으로부터 해임 요구 등 신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5대 금융지주·은행은 이에 발맞춰 3일부터 ‘책무이행 관리 시스템’과 같은 전산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나섰다. 임원들은 온라인 시스템상에서 자신의 △책무 관리 △이행 점검 △개선 이행 관리 △결재 관리 등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임원별 소관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해당 임원이 직접 챙겨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금융지주·은행은 책무이행 관리 시스템에 더해 전산화 작업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금융은 연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며, 우리금융도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I)’을 2월까지 만들어 금융사고 조기 발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5대 금융지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 맞춰 준법 감시 담당 부서에 책무 관리 전담 조직을 별도 설치하는 방식으로 내부통제 관리 방안을 준비해 왔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윤리위원회 실장으로 영입해 내부통제 전권을 지휘하도록 했으며, KB국민은행은 무리한 대출 영업으로 인한 사고 방지 차원에서 일선 현장 임원(지역그룹대표) 평가 항목에 내부통제 지표를 신설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윤리 의식을 검증할 문제 은행 시험을 치르기로 한 NH농협은행도 눈에 띈다.
한편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2024년 10월 31일∼2025년 1월 2일) 기간 내부통제 관리 의무 부실 등의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범 운영에는 5대 금융지주·은행 등을 포함한 총 18개사가 참여했다.
다만 지난해 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한 만큼 금융사 검사 등에 있어 책무구조도 운영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16건, 사고 금액은 1392억 원에 달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제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는 임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향후 검사 등을 통해서 책무구조도가 컨설팅받은 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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