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한 달 만에 20조원 줄어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금리 하향 조정 이어져
금리 인하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증가세를 지속하던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달 만에 20조원 이상이 줄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예금금리가 하향 조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 지난달에만 21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27조916억원으로 전월보다 21조1285억원 감소했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7개월간 75조3381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16조8242억원이 몰렸으며 7월과 8월에도 각각 18조1879억원, 16조3256억원이 쏟아졌다. 지난해 10월에도 11조5420억원이 유입됐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기 전 은행권 예금에 자금을 넣어두려는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그러나 은행권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최근 수신금리 내리기에 나서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 대신 다른 선택지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11월에도 재차 금리를 내리자 주요 은행들은 이를 반영해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지난달에도 금리 인하가 계속됐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0일 예적금 13종의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거치식 예금 16종의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적립식 예금 20종은 0.05~0.20%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26일에는 농협은행이, 30일에는 국민은행이 수신금리를 내렸다.
이에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상품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15~3.22%로 한 달 전(연 3.20~3.40%)보다 금리 하단은 0.05%포인트, 상단은 0.18%포인트 떨어졌다.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는 대기성자금은 늘어났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월보다 23조5억원 늘어난 631조2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처를 결정하기 전 시장을 관망하는 자금으로 취급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내려가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만기가 도래한 예금을 재예치하는 대신 다른 투자처를 찾으면서 예금 잔액은 줄고 대기성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성자금 증가는 연말 계절적 영향에 더해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도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금 감소에도 정기적금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9조9277억원으로 전월보다 3872억원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째 증가세다.
다만 증가폭은 지난해 9월 1조2157억원에서 10월 9102억원, 11월 6229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은 비교적 큰 금액을 묶어두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하지만 적금은 돈을 모으기 위한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금리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 하락에도 잔액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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