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6일 03시 00분


투자자-창업자 문답 분석 결과
남성에겐 ‘성장’ 질문 반면
여성에겐 주로 실패 ‘예방’ 물어
선입견 담긴 질문 벗어나야

투자 의사결정에 사회적 선입견이 개입되면서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 창업자들은 선입견에 사로잡힌 질문에 얽매이지 말고 투자자를 대상으로 방어적 태도보다는 진취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투자경연대회에서 창업자의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거쳐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로라 황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에 따르면 이런 대회에서 투자자들은 정량적인 자료를 기초로 판단하기보다는 직관적인 육감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렇게 직감을 따르는 의사결정은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편향되기 쉽고 특히 여성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성공적인 창업자의 이미지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좀 더 안정적이면서 감정적이고 위험 회피적이며 일보다는 가정에 더 충실할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진취적이면서 주도적이어야 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때로는 무자비해야 하는 창업자의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 같은 선입견은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된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 연구진은 사회적 선입견으로 인해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경연대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연구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경연대회인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진행된 창업자와 투자자 간 질의응답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은 남성 창업자들에게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던진 반면 여성 창업자들에게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했다. 예컨대 남성 창업자들에게는 향후 사업이 어떻게 성장할지, 어떤 성취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이끌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여성 창업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구매자들을 잃지 않을 것인지 물어보는 식이다.

문제는 질문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창업자들의 응답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남성 창업자들은 사업의 향상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하는 반면 여성 창업자들은 사업 실패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한다. 이런 응답은 투자자들이 남성 창업자들의 사업을 여성 창업자들의 사업보다 더욱 성장 가능성이 크고 투자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이로 인해 남성 창업자들은 여성 창업자들에 비해서 투자받을 확률이 더욱 커진다.

여성 투자자들은 이런 편향된 질문의 함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연구진이 수행한 실험에 따르면 질문자가 여성 창업자들에게 사회적 선입견에 기반한 질문을 던지더라도 여성 창업자들이 그런 질문에 끌려다니지 않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해야 남성 창업자들과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연구 결과는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결 방안이 없지 않다는 시사점을 준다. 여성 창업자들의 경우 사회적 선입견에 사로잡힌 질문에 얽매이기보다는 기업의 성장성을 부각하고 미래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여성 창업자#사회적 선입견#투자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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