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 식품 기업들의 실적이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칠성이 매출 4조 원 이상, 오리온과 풀무원이 매출 3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각각 ‘4조 클럽’, ‘3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지난해 추정 매출은 4조766억 원으로 전년(3조2247억) 대비 26.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칠성이 연매출 4조 원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식품업체 가운데는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에 이어 5번째다. 롯데칠성은 ‘3조 클럽’ 가입 1년 만에 매출액 앞자리 숫자를 바꾼 셈이다.
5년 넘게 매출 2조 원대에 머물렀던 롯데칠성은 소주 브랜드 ‘새로’의 약진과 ‘필리핀펩시(PCPPI)’ 인수 효과 등이 겹치며 2023년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넘겼다.
롯데칠성은 2010년 필리핀펩시 지분 34.4%를 취득한 이래 2013년과 2018년, 2020년에 걸쳐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2023년 9월 말에는 지분을 73.6%까지 확보해 독자 경영권을 확보하며 매출 볼륨을 크게 키웠다. 2023년 총매출 9448억 원을 기록한 필리핀펩시는 당해 4분기(10~12월)부터 롯데칠성의 연결 실적에 포함됐다.
오리온과 풀무원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 원 대를 넘어 ‘3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리온과 풀무원은 지난해 추정 매출이 각 3조2144억 원, 3조9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각 6.2%, 7.4% 늘어난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기업들은 해외 사업 성장세가 이어지며 국내 소비심리 침체에도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64%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베트남, 러시아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 5.6%, 7.6%, 13.3% 늘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식품이 인기를 끌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미국 두부 시장에서 67%를 차지하는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해외 기반을 잘 다지고 있는 점이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혔다. 풀무원 관계자는 “코스트코 등 채널에서의 고객 확보, 현지 아시아 음식 선호도 증가 등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매출만큼 늘지 않는 영업이익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특정 해외 법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극복해야 한다.
롯데칠성은 필리핀펩시의 영업이익률이 1% 대에 불과해 본사에서 파견자를 보내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은 해외 국가 가운데 중국 비중이 높은 편이다. 중국 법인 매출은 오리온 전체 매출의 40%로 중국 사업이 흔들리면 전반적인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리온은 중국 사업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이 1.1%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2.6% 하락한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기반 매출은 환율 변동성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발주 시 환율을 고정하는 등 환율 변동에 따른 보호 전략을 써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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