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물가 목표치 미달”
美연준 ‘속도조절론’에 힘 실어줘
달러화, 트럼프 당선뒤 나홀로 강세
한미 금리격차 확대땐 원화 더 약세
2025 전미경제학회에서 미국 석학들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잦아들지 않았다며 앞다퉈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 4%대 금리를 유지한다면 달러화는 더욱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가뜩이나 정치리스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상황인 가운데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가한 연준 관계자들과 미국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올해 기준금리 예상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결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금리 인하 신중론의 배경은 물가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2.5%의 물가상승률은 연준 목표인 2%에 근접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도 “우리는 아직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스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역시 “현재 인플레이션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4% 이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 고금리를 유지하게 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가 다시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평균 1333.43원에서 10월 1364.46원, 11월 1394.06원으로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기름을 부으며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달러가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2일 109.39까지 치솟았다. 2022년 11월 9일(110.55)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월 102.2였던 달러인덱스는 9월 27일 연중 최저치(100.38)를 찍고 반등을 시작했고, 11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다. 유럽의 선진국이나 인도, 브라질 외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개발도상국)’ 등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 움직임을 보였다.
20일(현지 시간)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계기로 달러 강세가 재차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은 예고된 이벤트지만 취임식 직후 72시간 동안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시작하면 달러 강세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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