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놀라운 랠리를 이어온 인공지능(AI) 종목들이 올해에도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AI가 지난해뿐만 아니라 향후 3년간 주식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본다.
과거 사이클들은 강세장이 시작된 이후 5년을 꽉 채우고 마무리됐다. 이번 AI 사이클은 2023년 1월 챗GPT의 출현과 함께 개막해 이제 2년 차 후반부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하면 향후 3년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 주도 업종의 순서가 유사하다는 점도 과거 기술혁신 사이클이 밟았던 수순을 적극 참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테크 버블, 클라우드 사이클에서 초반 2∼3년 구간은 테크 인프라에 해당하는 하드웨어 주식들이 좋았다. 이후 3∼4년 구간에서는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주식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이번 사이클에서도 3분기(7∼9월)를 기점으로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주도권 이전 조짐이 예상된다.
AI의 펀더멘털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 결국 경제 구성 주체들이 AI를 도입하게 되는 이유는 ‘서비스 가격’에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궁극적으로 서비스 물가는 임금에 연동되는데, 명목임금의 하락은 정치·경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일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대 고용을 달성하는 한편으로 물가(궁극적으로 임금)는 2%에 고정시키기 위한 경제정책을 편다. 결론적으로 서비스 물가는 2000년 이후 연평균 2.6% 상승했다.
전체 미국 기업의 합산 순이익률은 18.1%로 미국 기업들은 순이익률 상승을 이어 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호의적인 법인세제와 상품 물가 하락, 건전해진 부채 구조와 이자 부담의 경감, 생산성 개선에 따른 인건비 하락 등이 자리한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인건비를 조정해야 하는데, 가능한 한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매출을 창출하려면 AI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엔비디아와 빅테크 간의 거래가 가장 주된 거래였다면 이제는 빅테크 및 소프트웨어 기업과 일반 기업 간의 거래도 추가되고 있다. 재작년까지 침체 우려 속에서 웅크렸던 빅테크 외 일반 기업들이 AI를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다.
AI 랠리에 미국 주식시장의 명운이 결정된다는 명제를 수용한다면 가장 먼저 마주할 부담은 각각 22배, 30배에 근접한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의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일 것이다. 높은 주가로 인해 AI는 지난 2년간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과 버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높을 뿐 전형적 버블의 징후는 없다. 질적 수급 지표들로 살펴본 AI와 미국 증시의 질서는 건전하고, 미국과 AI 주가 상승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PER보다는 주당순이익(EPS)에 초점을 둔 투자를 이어 나가야 한다. 2024년 상반기(1∼6월)까지는 AI 수혜주가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AI 소프트웨어로 투자 시계를 확장해 2025년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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