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환율 폭등에도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약 3088억 원) 증가해 4100억 달러 선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2월 말 기준으로는 5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로, 고환율 기조가 계속된다면 4000억 달러 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6일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156억 달러로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 가치가 줄었지만,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늘고 운용수익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폭등의 여파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비상계엄·탄핵정국 사태를 거치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지난해 12월 2일 1401.3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2월 27일 장중 1485원을 찍을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비상계엄 직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여러 개입 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도리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시중은행들의 달러 예치가 거론된다. 시중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분기말이면 달러를 한은에 예치하곤 한다. BIS 비율 계산 과정에서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수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항목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 등)이 3666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57억2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예치금이 252억2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0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전월 대비 외환보유액이 늘긴 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는 45억5000만 달러(1.1%) 감소한 만큼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2021년 말(4631억2000만 달러) 이후 3년 연속 줄었고 2019년 이후 가장 적다. 또 은행들의 외화예수금 효과는 분기 말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1월 외환보유액은 감소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3조2659억 달러), 일본(1조2390억 달러), 스위스(9251억 달러) 등이 1∼3위를 차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