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절벽으로 인해 내수 부진이 심화할 조짐이 보이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재차 낮춰 잡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골드만삭스·노무라·바클리·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JP모건·HSBC·UBS)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예상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전망치(1.9%)나 정부가 2일 내놓은 전망치(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IB들은 지난해 9월(2.1%) 이후 매달 한국의 성장률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2.0%) 이하인 1.8%까지 낮추더니 12월에는 1.7%까지 내렸다. JP모건은 IB 중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인 1.3%를 제시했는데, 한 달 새 무려 0.4%포인트나 낮춘 수치다. JP모건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인해 한국의 내수 불황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치 불안 여파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팬데믹 발생 시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CCSI가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수출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내수 부진까지 겹칠 경우 한국이 장기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예산 조기 집행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달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현 기준금리(3.0%)는 높은 수준”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2% 중반대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