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12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면서 지난해 연간 흑자 폭이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9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93억 달러(약 13조53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89억2000만 달러)이후 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지난해 11월 흑자 규모는 전월(97억8000만 달러)보단 약 5억 달러 줄었지만, 1년 전(38억9000만 달러)보다는 3배 가까이 늘었다.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97억5000만 달러를 보이면서, 2023년 4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흑자 규모도 지난해 10월(81억2000만 달러)과 비교해 16억 달러 이상 늘었다. 수출(571억 달러)이 1년 전보다 1.2% 늘어났지만, 수입(473억5000만달러)이 4.4% 줄어든 영향이 컸다.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29.8%)·정보통신기기(8.5%)·철강제품(0.8%)이 늘어난 반면, 석유제품(―18.6%)·승용차(―14.1%)·기계류 및 정밀기기(―12.5%) 등은 줄었다. 지역별로 동남아(9.1%)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미국(―5.2%)·일본(―2.4%)·중국(―0.7%) 수출은 뒷걸음쳤다.
운송·여행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서비스수지는 20억9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특히 여행수지가 7억6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는데, 한은은 중국 국경절 연휴 효과 등이 사라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규모는 11월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9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흑자 규모는 835억4000만 달러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관 기준 12월 상품수지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치인 9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고부가가치의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당분간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저가 반도체에 대해서는 중국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과거 반도체 수출 증가에 따른 기저 효과 때문에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고환율이 경상 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 관세 부과 등 정책 이슈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송 부장은 “주요 수출기업의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는 과거보다 약화했다”며 “국내 수출품의 경쟁력도 가격보다는 기술이나 품질, 브랜드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환율 변동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경기 변화, 주변국 등의 대응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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