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직원들이 만든 ‘젊은 브랜드’로 활로 찾는 패션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9일 03시 00분


‘수입’보다 마진율 높아 수익성 제고
라이선스 계약 따른 리스크도 없어
LF 던스트, 20개국 수출 매출 3배로
삼성 샌드사운드, 마니아층에 인기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로 고전 중인 패션 기업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 돼 만든 신생 브랜드를 앞세워 활로를 찾고 있다. 패션 기업이 내놓는 자체 브랜드는 수입 라이선스 브랜드와 달리 마진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고 판매 계약 만료에 따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요 패션 기업들은 젊은 직원들의 감각을 더한 자체 브랜드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F 던스트
LF의 사내 벤처 프로젝트로 시작한 ‘던스트’가 대표 사례다. 2019년 출범한 던스트는 2030 직원들이 모여 자율적인 방식으로 일군 브랜드다. 제품 디자인부터 화보, 웹사이트 디자인 등 전반적인 브랜딩을 모두 젊은 직원들이 주도했다. 현재도 구성원 대부분이 1990년대생이다. 국내 MZ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입지를 다지다가 2022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20개 나라 70여 곳의 해외 바이어를 통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미국의 ‘버그도프 굿맨’, 프랑스의 ‘프랭탕’ 등 주요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매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LF에 따르면 2021년 130억 원이었던 던스트의 매출은 2022년 265억 원, 2023년 385억 원 등 2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던스트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인정받아 출범 2년 만인 2021년 LF의 자회사이자 독립법인인 ‘씨티닷츠’로 출범했다. 방지연 LF 홍보팀장은 “젊은 구성원들의 독립적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샌드사운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별도 부서를 꾸려 매년 1개 이상의 브랜드를 내놓는 등 활발하게 자체 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1990년대생 등 MZ 사원들이 주축이 돼 2022년 ‘샌드사운드’, 2023년 ‘디 애퍼처’, 2024년 ‘앙개’ 등 브랜드를 잇달아 내놨다. 각 브랜드는 독특한 정체성을 내세워 젊은 소비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예컨대 샌드사운드는 아메리칸 로드 트립을 모티프로 여행지의 추억과 낭만을 담은 스트리트 캐주얼을 추구한다. 디 애퍼처는 매 시즌 과거의 특정 시점에 유행했던 패션과 문화를 브랜드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식이다. 이처럼 뚜렷한 콘셉트로 패션 마니아층을 공략해 지난해 매출 기준 샌드사운드는 전년 대비 약 60%, 디 애퍼처는 전년 대비 약 80%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신규 브랜드의 성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장 안착에 성공하면 별도의 팀으로 승격해 연관 사업부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MZ 직원들이 주축이 된 패션 편집숍으로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선 곳도 있다. 한섬이 2020년 선보인 패션 편집숍 ‘EQL’은 전체 팀원의 80% 이상이 30대 이하다. 고객층 또한 전체 80%가 30대 이하로 매우 젊은 편이다.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자체제작(PB) 브랜드 ‘에센셜 바이 EQL’도 젊은 소비층에게 호응을 얻어 매년 두 자릿수 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패션 기업들이 MZ세대 직원을 주축으로 한 브랜드를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눈높이에서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 잡을 경우 수입 브랜드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젊은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도전정신과 성취감 때문에 신규개발 부서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지원 비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MZ 직원#젊은 브랜드#패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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