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30% 자영업자 연체율
평균 1.35%… 9년반만에 최고
내수침체 길어져 빚내 버티기 한계
“소득 상관없이 자영업자 대책 절실”
경기 남양주시에서 10년째 입시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 씨(39)는 최근 수익성이 나빠져 고민이 많다.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이 생기면서 수강생 유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사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은행 단기 대출을 가끔씩 받기도 한다”며 “경쟁은 치열한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들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원리금이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잔액 비율)은 1.35%였다. 2015년 3월 말(1.7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비스업 경기가 얼어 붙었던 2020∼2021년에도 연체율은 0.4% 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고소득 자영업자 중에서도 대출 원리금 상환을 버거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작년 9월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이 1.70%로 2015년 3월 말(2.05%) 이후 최고치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점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11.55%로 2013년 9월 말(12.02%)에 이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란 다수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자를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이전에 비해 둔화됐지만, 연체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득과 신용면에서 중상층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감소하고 신용도가 하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한 재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매출 감소로 사업을 접고 실업급여를 받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폐업한 뒤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3319명으로 2023년 한 해(3248명)보다도 많았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내수 침체가 악화된 여파를 감안하면, 지난해 12월 한 달 사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말 800명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8%가 사업 목적으로 대출을 받고 있으며 34.9%가 대출액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4.99%였다. 5% 이상의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비중도 6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영업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빚을 내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 채무조정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뿐 아니라 내수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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