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에 D램 시장침체 직격탄…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9일 03시 00분


[다시 짙어진 ‘반도체 겨울’]
삼성전자 4분기 예상 밑돈 실적
반도체 영업익 1조 감소 하락세… 업계 “상반기까지 D램 고전 계속”
연간 매출은 2년만에 300조 회복… ‘악재 확인’ 안도감에 주가도 올라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실적에는 3분기(7∼9월)에 이어 또다시 ‘반도체 겨울’ 그림자가 드리웠다. 중국 업체들이 범용 D램을 공격적으로 생산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특수를 놓치면서 업계에선 올 상반기(1∼6월)까지 메모리 시장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D램 시장 침체 직격탄, 반도체 영업이익 1조 줄어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DS)부문에서 4분기 2조 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3조8600억 원) 대비 1조 원가량 줄어든 숫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앞서 2023년 반도체 시장 다운사이클(침체기)을 맞아 14조8800억 원의 연간 적자를 냈다. 이후 지난해 1분기(1∼3월) 1조9100억 원, 2분기(4∼6월) 6조4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회복하며 ‘반도체 봄’을 기대했으나 3분기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반도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배경은 삼성전자의 주력인 정보기술(IT) 기기용 D램 시장의 침체다. 연말을 맞아 회복을 기대했던 PC,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얼어붙으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메모리 재고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 등이 시중 절반 가격으로 범용 D램 물량을 풀어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이 3∼8% 하락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8∼13%가량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AI 돌풍을 타고 상승세인 HBM 시장을 놓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사실상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이익 8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글로벌 D램 3위 기업인 마이크론도 지난해 2월 HBM3E 엔비디아 공급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계 변경한 HBM3E 12단 제품을 올 상반기, 6세대 HBM4 제품을 올 하반기(7∼12월)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와 반도체 설계를 맡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적자 폭도 전 분기 대비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 및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두 사업부를 합쳐 4분기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컨센서스와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데는 파운드리, 시스템LSI의 부진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닥 찍었나’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세부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증권가에 따르면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에서 2조 원대 초반, 디스플레이 1조 원 안팎, TV·가전 3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잠정 300조800억 원으로 2년 만에 300조 원대를 회복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32조7300억 원을 기록했다.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43% 오른 5만7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악재를 다 확인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파운드리는 상반기까지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D램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바닥과 업황 반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저가공세#D램#시장침체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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