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해외수주 1조달러… 중동서 美로 영토 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0일 03시 00분


태국 진출 59년 만에 대기록
UAE 원전-이라크 신도시 등 ‘잭폿’
반도체-車 이어 세번째 수출 효자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큰 기여

국내 건설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이 누적 1조 달러(약 1458조7000억 원)를 돌파했다. 1965년 최초 진출 이후 59년 만의 성과다. 수출·수주 분야에서 1조 달러를 넘게 벌어온 업종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다. 해외 건설이 국가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정도(13%)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 원전·신도시 등 ‘잭폿 수주’ 이어져

국토교통부는 9일 2024년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이 371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54개 건설기업이 해외 101개국에서 605건을 수주한 결과다. 전년(333억 달러) 대비 11.4% 늘었고 2015년(461억4000만 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았다. 누적 기준으로는 1조9억 달러다.

플랜트를 비롯해 원전, 신도시, 초고층 타워 등 이른바 ‘잭폿 수주’가 크게 기여했다. 역대 수주액이 가장 많은 프로젝트(단일 기준)는 2009년 12월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사업이었다. 191억3000만 달러로 2위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80억3000만 달러) 대비 2.4배가량 많았다. 지난해 4월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파딜리 가스 플랜트’는 73억 달러로 3위다.

그간 해외 건설은 중동 및 아시아 지역에서 강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금액이 누적 1775억5000만 달러(17.7%)로 가장 많았고 이어 UAE(844억7000만 달러·8.4%), 쿠웨이트(488억8000만 달러·4.9%), 싱가포르(481억7000만 달러·4.8%), 베트남(481억3000만 달러·4.8%) 순이었다.

최근 3년간 북미 유럽 등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등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에 나선 결과다.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수주액은 171억8000만 달러(16.9%)로 2위, 헝가리는 36억9000만 달러(3.6%)로 5위로 집계됐다. 두 국가 모두 국내 완성차, 배터리 업체가 현지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곳이다.

기업별로는 현대건설이 14.5%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삼성물산(9.2%) △삼성E&A(9.0%) △현대엔지니어링(7.3%) △GS건설(7.1%) △대우건설(7.0%) △DL이앤씨(4.8%) △SK에코플랜트(4.7%) 순이었다.

● 적자 끝 수출 효자로 등극

누적 수주 1조 달러는 역경 끝에 거둔 성과라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1965년 11월 태국 남단 국경도시 빠따니와 나라티왓 두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해외 건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기술진과 근로자들이 김포공항을 출발하는 장면을 생중계할 정도로 온 국민의 이목을 끌었지만 결과는 당시 환율로 3억여 원 적자였다. 이후 1980년대 유가 하락,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으로 고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한국은 경상수지 대비 건설수지 비중이 13%로 세계 상위 20대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로 거듭났다. 그만큼 해외 건설이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도 0.25%로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중한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공사 단가 경쟁으로는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를 이기기 어려운 만큼 선진국형인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국책기관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직접 지분을 출자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건설기업#잭폿 수주#원전·신도시#해외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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